[NIE] 한자로 본 비보이 낭중지추<囊中之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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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인이 등불 심지에 불을 붙였다. 등불은 석유를 빨아올리며 밝은 빛을 사방에 비췄다.

"야호! 난 태양과 별보다 밝은 등불이다! 온 세상은 내가 밝게 비춘다!"

바로 그때 바람 한 줄기가 휙 지나갔다. 으스대면서 불꽃을 피워 올리던 등불은 꺼지고 말았다. 주변은 더 캄캄해졌다. 주인이 다시 불을 붙여주면서 말했다.

"햇빛이나 별빛은 결코 꺼지는 법이 없단다. 너처럼 나부대지도 않지."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요즘 젊은이들은 댄스가수와 비보이의 현란한 춤 솜씨에 열광한다. 흥미롭게도 비보이의 브레이크댄스에 중년층까지도 박수를 보낸다. 왜 그럴까. 한국 비보이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없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계 비보이 대회 석권 등 비보이가 보여준 실력은 그들의 땀과 열정이 낳은 결정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정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서는 내허외식(內虛外飾.속은 비고 겉치레만 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낭중지추)처럼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겉치레에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법이다. 비보이는 진정한 실력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온몸으로 말해준다.

김영만(동화작가)

※낭중지추 : 주머니 속의 송곳.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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