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니세프 親善대사 영화배우 안성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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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도 이제 도움을 받는 민족에서 도움을 주는 민족으로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우리보다 어려운 지구촌 형제들을 돕는자원봉사,그 자부심과 에너지를 모아 선진국으로 향하는 정신혁명에 박차를 가할 때 입니다.
『다섯살 때까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구호물자로 주는 우유를 먹고 자랐지요.전쟁통에 제대로 못먹은 어머니의 젖이 나오지 않아서요.딱딱하게 굳은 탈지분유를 솥에 넣고 쪄먹던 기억이아직도 생생합니다.』 그후 40년이 지난 오늘 영화배우 安聖基씨(42)는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되어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위한「사랑의 배달부」로 활약하고 있다.
유니세프에 참여,활동한지 8년째 되는 安씨지만 처음엔『국내에도 불우이웃이 많은데 왜 하필 외국에 눈을 돌리느냐』는 일부의오해와 인식이 큰 부담이 됐다.
『올해 한국이 세계에서 서른네번째로 유니세프 회원국이 됐습니다.우리나라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얘기죠.최근 내전이 한창인 아프리카의 르완다만 해도 국경을 넘은 난민 1백20만여명 가운데 하루 2천명이상이 기아와 콜레라등 질병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지구촌 시대에 강건너 불보듯 해서는 안되지요.』 과거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제 우리도「보은의 손길」을 펼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막 세상을 떠난 아이를 안은채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우리나라에도아직 결식아동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아로 죽는 아이들은 없잖아요.뼈만 앙상한채 새털처럼 가벼운 아이들,너무 굶주려 음식을 줘도 먹지못하던 아이들을 보았을 때 지구상에 함께 숨쉬면서이러한 비극을 그냥지나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죄스럽기까지 하더군요.』그는 요즘 수도권지역 60만가구를 대상으로 에티오피아나 베트남 난민촌 어린이 돕기에 동참을 호 소하는「사랑의 편지보내기」작업을 하고 있다.2월부터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에서 VTR로 상영되는 홍보프로그램에 출연,해외여행중 쓰다남은 세계각국의 동전을 모아 아동복지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여행객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어차피 쓰지도 못할 동전으로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요.단돈 5백원이면 15명의 어린이에게 결핵 예방접종을 시킬수 있고 10명에게 파상풍.디프테리아 예방주사를,5명에게 홍역.소아마비 예방주사를 놓아줄 수 있대요.』 그러나 그는 특정인의 큰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다.『한사람이 1백만원을 내놓는 것보다는 1천명이 1천원씩 모으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자원봉사는 돈의 액수보다는 관심과 사랑의 크기 문제니까요.』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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