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군축 문제 급진전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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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59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병을 하던 중 관람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방북을 하루 앞둔 1일 국군의 날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꼽으면서 군에 평화를 위한 협상에 더 능동적으로 임해 달라는 이른바 '전략적 사고'를 당부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대결 구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군에 전달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 해결과 6자회담의 진전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안보구조를 질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축소 문제도 급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평화체제로 접어들면 군사 대치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만큼 현역 군인의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예비군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맞춰 우리 군도 과거의 대결적 사고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담긴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군 일각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노 대통령 축사는 평화협상도 생각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비태세도 갖춰 달라는 이율배반적 주문으로 들린다"며 "우리 군의 대적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교조 등의 영향으로 북한에 대해 막연하게 호의적인 생각을 하는 신세대 장병이 많이 있는데 정상회담 결과가 마치 평화를 가져오는 것처럼 장병들에게 환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우리와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장병들에게 정신교육시키는 게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경기대 남주홍 교수는 "노 대통령의 연설엔 북한의 핵 문제가 빠져 있어 우려되고 우리 안보 기반인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벨 한미연합사령관 "평화협정 후에도 한국 주둔 기대"=한편 미국에 머물고 있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반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돼도 우리는 (한국민이) 원하고 환영받는 한 한국에서의 군사 임무를 계속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은 1일 미 합참지(JFQ)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평화와 안정에 대한 확고한 공약의 표시로 한국과 일본에서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에는 평화와 안정, 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지역 내 다른 파트너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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