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여성>禁女의 창공 마음껏 날죠-여군 조종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섬세한 여성의 감각과 손길은 軍에서도 필수적이다.복잡한 계기판과 기기를 조작하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비행기조종도이제 더이상 남성들만의 영역은 아니다.禁女의 지대였던 조종사의세계에 도전,성차별의 장벽을 뛰어넘은 육군항공 소속 여군 조종사들.이들은 이제 더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되지 않는 프로들이다. 국군중 유일하게 여군 장교를 배출하고 있는 육군항공 여군조종사는 모두 3명.皮宇鎭소령(38)이 가장 고참이고 崔孝先(28).鄭恩朱(27)중위가 그 뒤를 잇는다.이들은 주로 육군이 작전을 수행하고 전투를 벌이는 육지전에서 헬기를 이 용,작전지점까지 인력을 수송하거나 물자를 보급하는 일을 맡는다.직접적인 전투인력은 아니지만 작전.전투를 돕는 지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육군항공에 여군조종사가 탄생한 것은 지난 80년.
대졸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있는등 資質이 좋은데 다 군에서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여군에게도 항공조종사의 문이 열렸다.
『보통 40~50대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학력.체력등에서 매우 우수한 인력이란 점을 상부에서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皮소령은『장교임관후 25주동안 남성들과 똑같이 이론.실기및 고된 군사훈련을 받는등「남녀평등한」교육성적을 통해 비로소여군조종사가 배출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을 마치고 나면 하늘을 나는 황홀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스스로 기기를 조작하며 1만~1만5천피트의 상공을 나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비견할수 없는 신비한 경험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그러나 즐거움도 잠 시 곧 여군조종사로서의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며 묘한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고. 『다른 항공기와 달리 헬기는 손바닥만한 공간만 있어도 운용이 가능합니다.또 제자리 비행은 물론 전후좌우로 자유자재로비행할수 있어 매력적이지요.』 90년 조종사로 임명된 崔중위의말이다.그는 또 산불진화.홍수로 인한 난민구제등의 작전지원을 수행하다보니 헬기가 갖는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고 덧붙인다. 하늘을 나는 기쁨이 큰만큼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을 배우고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한다.조종술.항법은 물론 법규.관제.기체원리.항공의학등 관련분야를 섭렵,기체와 기계에 통달해야 0.5초의 짧은 순간에 벌어지는 비상사태에도 의연히 대처할수 있는 베테랑 조종사가 될수 있다.
鄭중위는『미국등 선진국에서는 민간인도 어렵지 않게 헬기조종사자격증을 딸수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여자 조종사를 양성하는 학교.기관이 전무한 상태』라고 말한다.그러나 『여군 조종사는 군인이면서 전문직이라 앞으로 도전해볼만한 직종』 이라며 뜻있는여성들의 동참을 권유한다.
지난 90년 육군에서는 일반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큰 제도적인 변화가 일어났다.여러 兵科와 함께 존속돼왔던 여군병과가 폐지되어 여군들도 지원.배치.임금.진급등에서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대접받을수 있는 남녀평등이 이뤄진 것 이다.
조치원 항공학교에서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皮소령은『현대전은재래식의 병력전이 아닌 첨단의 기술과 정보에 의한 정보전인만큼앞으로는 軍에서 전문적 능력을 갖춘 여성의 진출이 더욱 필요하게될 것』이라고 말해 女軍 조종사의 밝은 내일 을 예감케한다.
〈李貞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