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과거반성 독일,과거은폐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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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치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날조됐다.』 만약 이런 주장을 하는 獨逸人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이른바「아우슈비츠 거짓말」로 불리는 이러한 언동의 독일인은 앞으로 최고 3년 징역형을 받게된다. 독일정부가 최근 극우파의 범죄에 강력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反외국인 폭력 처벌법안 가운데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같은 표현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독일과,장관이나 국회의원등 고위공직자들이 잊을만하면 망언을 반복하는 日本이 너무나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흔히 독일과 일본은 유사점이 많다고 한다.누구나 알고 있듯 2차세계대전 때 양국은 동맹국이었고 패전후 똑같이 폐허의 잿더미에서 경제강국으로 부활했다.
메이지(明治)유신 당시 일본이 독일을 근대국가건설의 모델로 삼아 법제등을 그대로 도입해서인지 양국의 국민성도 비슷한 점이많다. 근면하고 단결심이 강하다는 등의 장점은 물론 배타적이라는 단점도 비슷하다.그래서 그런지 외국인을 싫어하는 독일인들이일본인은 특별대접한다.
그러나 이처럼 여러모로 비슷한 두나라 사이에 분명히 다른 점이 하나 있다.바로 앞서 얘기한 과거사에 대한 인식이다.
잘 알려진대로 전후 독일은 철저히 나치의 범죄를 반성하고 이를 실천했다.반면 戰犯 1호격인 국왕을 비롯,다수의 戰犯이 전후에도 버젓이 활개친 일본에선 시도 때도 없이 망언파동이 잇따라 우리를 자극해 왔다.이러한 망언 자체도 문제지 만 침묵하는다수의 일본인이 이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 히로시마에는 자신들의 피해상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평화공원이 있다.이곳에 세워진 박물관에는 당시 원자탄의 고열로 새카맣게 탄 도시락과 타다 남은 기왓장등이 그날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자신들의 피해만 드러내면서 평화를 내세울 수 있을까.『평화공원이 되기위해선 마땅히 한국인희생자위령탑도 세워야 하지 않았을까…』.가족중 한 사람이 日帝때 일본으로 강제징용된후 아직도 소식이 없다는 한 한국인 여행자가 이 박물관을 둘 러본뒤 한 말이다. 일본인들의 정신나간 망언이 계속되는 풍토가 청산되지 않는한 주변 피해국 국민들이 일본에 의혹어린 눈길을 보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인과관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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