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가정건강한삶>입양자녀 낳은정 못잖게 사랑느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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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기도안양시호계동에 사는 朴善圭(34)-金恩英(32)씨 부부는 6월초가 기다려진다.지난해3월 친자로 입양한 종민이(3)에게 여동생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제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기다려져요.빨리 보고싶어서 네댓차례 신청한 입양원에 전화도 했어요.종민이처럼 활달하면서도 온순한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 집근처에서 전문유니폼업체 대리점을 경영하는 朴씨는 자신도 어린 나이에 작은아버지집에 입양된 경우.고교졸업후 사회에 나와안해본 일없이 고생도 많이 했고,86년 결혼한 후엔 사업을 하다 큰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본가가 있는 서울 노량진에서 직장생활을 할때는 앞만보고 달려와 엄두를 못내다 안양에 대리점을내고부터 일은 바빠졌지만 정신적으로 다소 여유가 생기자 아이입양을 생각케 되었다고한다.
다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자신이 더 나이가 들기전에 앞장서서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키우자는 생각에서였다.한국어린이의 해외입양이 문제가 되면서 국내입양이 추진되고 있지만,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신문기사등을 읽었던 것이다.「이웃과 나누는 삶」을생각하게 된 것이다.결혼생활 만 7년이 넘으면서 부부사이에 아이의 필요성을 차츰 느끼게 된것도 그 결심을 선뜻 행동에 옮기게 하는 촉진제가 되었다.
『처음엔 저도 몰랐어요.오후에 갈데가 있다는 거예요.우리 처지를 알고 있는 주위친지들은 권유했지만 막상 주변의 입양가정에서는 문제가 있다며 반대한 경우도 있었어요.어린아이의 경우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는가가 문제지,아이자체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라고 봐요.』부인 金씨의 얘기다.
朴씨 부부가 명동성당 한 신부의 소개를 받아 聖 가정입양원을찾은것은 93년3월.인상이 괜찮았고 건실한 느낌을 받았는지 방문한지 서너시간만에 금세 종민이를 안아볼 수 있었다.종민이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통통하고 똘똘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종민이는온통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등 누구에게도 낯선 구석을 보이지 않는다.그렇기때문에 외할머니.외할아버지도 여느 손주 못지않게 사랑을 해준다.
『종민이를 처음 만난 1주일정도는 솔직히 기분이 이상했어요.
안쓰럽기도 했고….그러나 애가 워낙 낯을 안가리고 쉽게 적응해점차 정이 들어 이제는 며칠이라도 못보면 살맛이 나지않아요.게다가 신기하게도 식성이나 성격이 아빠를 빼 닮았 어요.김치를 좋아하고,컨디션이 좋지않을 때도 같이 안좋고요.』金씨는 지난주엔 매장 세일기간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외할머니댁에 가 있어 너무나 허전했다고 말했다.
朴씨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다.그래서 종민이를 가급적 운동선수로 키우고싶어 만24개월에 불과한 아이를 위해 3평남짓한 거실에 농구링을 설치해 놓았다(실제로 5~6회 던져본결과 1백% 성공률을 보였다).
물론 적성과 능력을 더 중요시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종민이는 모음으로 이루어진 몇가지 단어를 옹알거릴뿐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한다.하지만 표정이나 행동은 재빠르다.
朴씨부부는 매장운영이 궤도에 오르고 종민이가 새 여동생을 맞아 좀더 크면 자신에게 두 아이를 입양케해준 입양단체를 돕는 일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생각이다.이들 부부는 또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 굳이 자신들이 낳은 자식이라고 위장할 생각은 없다.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진실을 알리고,그러나 낳은 자식 못지않게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게해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수 있도록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韓康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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