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지방자치 성패는 주민의식-최창호 건국대대학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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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3년-.출범당시만 해도 지방자치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다.지방의회는한때 집행부와 갈등을 빚어 삐걱대기도 했고 지역이기주의로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일부 의원들이 이권개입등 비리에 연루되는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50년대 지방자치가 파행적인 운영끝에 끝내 실패한 것과는 달리 성숙한 주민의식을 바탕으로 점차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출범당시 우려완 달리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걸러내고 집행부의 고질화된 비밀행정문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등 순기능이 더 많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출범 3년을 맞고 있는지방의회의 功過를 살펴본다.
[편집자註] 『30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에 대한 기대가 너무큰 탓인지 실망도 많았습니다.초기에는 여러 부작용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의원들의 자각과 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한마디로 말한다면 50년대와 달리 90년대의 지방자 치는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건국大 崔昌浩대학원장(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구체적인 성과여부를 따지기에 앞서지방의회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관료주의.행정밀실주의등 행정기관의 오랜 병폐에 상당한 변혁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지방의회 3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지방의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출범당시에는 의원들이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자질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지요.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이 연수.연찬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는등 지방의회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갖가지 파행적이고 비능률적이었던 50년대 의회와 달리 90년대 지방의회는 그런대로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며 후한 점수를 주고 싶군요.』 -지방자치가 우리 실정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처럼 좁고 특수한 상황(분단.지역갈등)에서 지방자치가 필요한 것인지 회의를 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아마 이같은 의식은 오랜 중앙집권체제에 순치되고 익숙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우리나라는 李承晩시대의 정치 적 과도기,朴正熙시대의 경제성장시기를 거쳐 지금은 사회복지단계로 넘어가고있습니다.권위주의시대의 유물인 노사분규.학생운동도 안정을 찾고있고요.이제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지방의 고유성.다양성을 추구해야 될 때지요.』 -지방의회의 功過에 대해서는….
『우선 조례제정을 통해 우리의 행정문화에 새바람을 불어 넣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예컨대 전북정주시의 행정정보공개조례등은 중앙정부보다도 앞서 나간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부천시의 담배자판기 설치금지조례안을 보십시오.논란은 많았으나 상위법에도 없는 것을 조례로 만들어 각 지역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반면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등으로 행정감시는 만족할만한 것이 못됐습니다만….』 -주민들의 자치의식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남의 일로 보고 있는듯 합니다.지방자치의 성패는 주민의식에 달려 있지요.지방주민들도 중앙에 의지하지만 말고 스스로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창의정신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앞으로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 보완하거나 조언할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많은 의원들이 애로를 겪고 있는 보수문제등을 제도화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의회제로 되어 있는 현 의회체제를 소의회제로 바꾸는등 일대 개혁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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