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좋아하는 클린턴-당선이후 2백만불 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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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빌 클린턴 美國대통령은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여론조사를 활용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여론조사에 무려2백여만달러를 썼다.이는 조지 부시 前대통령이 집권후 2년간 21만6천달러를 지출한 것에 비해 무려 10배가량 많은 액수다. 미국대통령 후보들이 선거운동기간중 여론조사에 막대한 금액을투입하는 것은 보통이지만 클린턴 대통령처럼 백악관 입성이후까지쉬지않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드물다.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등 前職대통령들도 재임기간중 여 론조사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클린턴처럼 그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고 당시 백악관 측근들은 말한다.
클린턴의 여론중시 경향은 80년대초 클린턴의 아칸소 주지사 재선 실패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클린턴은 당시 가장 큰 敗因으로『民意를 제대로 파악하지못한 결과 유권자들과 거리감이 생겼다』는 점을 꼽았다는 것이다.당선됐다는 사실에 안주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항들을 간과했다는 반성이다.
이같은 뼈저린 경험이 클린턴으로 하여금 대통령 당선이후까지 여론조사를 십분 활용토록 한 배경이 됐다는 것이다.오는 96년대통령 선거에서는 아칸소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再選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현재 백악관의 여론조사는 그린버그 연구소의 스탠리 그린버그 소장이 백악관의 의뢰를 받아 전담하고 있다.
『그린버그는 최고입니다.번번이 우리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하는연구결과들을 민주당측에 제공하고 있어요.』 공화당의 여론조사팀장이자 한때 로스 페로를 위해 활동하기도 했던 프랭크 룬츠의 평이다.클린턴 대통령이 그린버그의 여론조사 결과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클린턴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들 수 있다.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의 의료보험 개혁 안을 선전하기 위해 그린버그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안정.저렴한 비용.품질.책임감」등을 강조했다.이같은 문구들은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제도에서 원하는 핵심적인사항들로,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그린버그는 전화나 가택방문을 통한 여론조사■뿐 아니라 임의로 조직된 소규모 토론 그룹을 형성,이들로부터 각종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이런 그룹 토론에서는 전화.방문조사에서 얻을 수 없는 유권자들의 심도있는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그린버그가 백악관의 위탁 을 받아 조사하는 내용은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정책은 물론앞으로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정책들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미국 정계 일부에서는『지나치게 유권자들의 눈치를 봄으로써 중요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이들은『정책의 내용보다는 국민들이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염려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소신 없는 행동 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李碩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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