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결혼"줄거리 바꿔 달라-시청자 연일 전화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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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TV 월화드라마『결혼』이 종영을 앞두고 줄거리를 수정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전화공세로 고민에 빠졌다.12일 50회로 막을 내리는『결혼』은개성이 각기 다른 교수집 세딸의 결혼을 중심으로 직장과 가정에서의 여성들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여성드라마.
큰딸 지영(최명길)은 명문대 출신으로 유학가서 교수가 되려던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취업,남편(임채무)의 유학 뒷바라지를 하지만 아들까지 낳고 버림받는다.셋째딸 채영(유호정)은 언니의 실패를 교훈삼아 대학때 사귀던 가난한 법대생을 차버리고 부잣집아들에게 시집간다.그러나 그 남자는 숨겨놓은 여자와 아이까지 있는 남자였다.
시청자들의 줄거리 수정요구가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이 두 인물.원래 줄거리는 지영이 남편의 외도로 절망에 빠졌을때 힘이되어준 동네 치과의사(남성훈)와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돌아온 남편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두남자 모두에게 실망 하고 자살하는것. 그러나 SBS드라마 제작국에는『나도 지영과 같은 처지인데지영이 자살하면 나도 자살하겠다』는 광신도형 시청자들의 협박전화를 비롯,『지영의 처지가 너무 안됐으니 해피엔딩으로 끝내 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열통 이상씩 걸려오고 있다.
또 남편의 숨겨놓은 아이를 기르라는 시댁의 요구를 뿌리치고 집을 나와 옛애인과 만나다 최근 다시 남편과 재결합키로 한 채영의 앞날도 시청자들의 큰 관심거리.
채영의 경우는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이 여러갈래로 갈라진다.젊은층은『아이까지 있으면서 속여 결혼한 파렴치범의 아이를 어떻게 길러요』라며『집을 나와서 옛애인에게도 가지 않는 당당한 여성으로 결론내려달라』는 측과 『외무고시에 합격한 옛애 인과 결합시키라』는 측으로 나누어진다.부모세대는『어떻게 하든 화해해 가정을 지키도록 해달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가 조희씨(32)는『지영의 자살은 남자들의 실수에 관대한 사회 통념에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며 시청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안대로 밀고 나갈 계획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채영의 앞날에 대해서는『아직 나도 모르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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