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토정비결은 점술에 현혹되지말라고 쓴 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한국 예언가 15인의 삶과 그들의 예언서의 특징을 검토한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푸른역사)를 낸 백승종(50) 푸른역사 편집인은 여러 모로 특이한 인물이다. 서강대와 독일의 대학에서 강단에 서다가 지금은 자유저술가 겸 출판인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렇고 『정감록』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강단사학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국 예언에 관해 세 번째 책을 낸 그에게 물었다.

 -왜 예언서 혹은 예언가 연구에 관심을 가졌는지?

 “1990년대 전반 우리 역사 속에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선 이데올로기가 존재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고심하던 중 예언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라면 일반적으로 성리학을 떠올리지만 예언서에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익명의 지식인들과 대중의 염원이 드러나 있습니다. 또한 점성술과 풍수지리설, 불교의 미륵신앙, 도교의 신선사상, 이런 것들이 유교적 지배 이데올로기와 때로 대립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의 의의라면?

 “한국 역사를 뒤흔든 예언가와 예언서의 특징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 지금 남아 있는 유명한 예언서는 모두 가짜란 점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의미에서 위서(僞書)라 해도,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위서란 없습니다. 가짜는 가짜를 배태시키고 유행하게 만든 ‘맥락’ 속에서 볼 때 결코 그냥 무시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다룬 예언가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토정 이지함입니다. 그가 저술했다는 『토정비결』은 현재까지도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점술로 백성을 현혹하기보다는 백성들이 점술에 현혹되는 것을 막기 위해 『토정비결』을 지었다고 생각됩니다.”

 -학계의 반응은?

 “예언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우리 학계의 중요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화론, 또는 발전사관에 사로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 책 『한국의 예언문화사』에 대해서도 해외 한국학자인 발라벤 교수가 독창적인 연구란 서평을 발표했습니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