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방지협약 가입/정부 “미적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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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대외적으로 유엔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해놓고도 국내 절차를 이유로 미루고 있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고문방지협약 가입은 국내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문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필요한데도 정부 일부 부처의 소극적 자세로 가입이 늦어지고 있다.
한승주 외무장관이 지난해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인권회의 기조연설에서 『한국은 올해안에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히는 등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인권회의 등에서 고문방지협약에 조만간 가입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관계부처 협의도 끝내지 못한채 이 협약의 가입을 미루고 있다.
이는 안기부·경찰청은 가입에 동의하고 있지만 법무부가 대검찰청과 의견조율을 이유로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등은 협약에 가입하게 되면 다른 회원국의 제소나 이의제기가 없더라도 사무국이 회원국의 고문혐의가 있으면 직접 조사를 요구하는 등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최종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외무부 당국자는 『현재 국내법에선 고문을 못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국내법을 정비할 필요는 없다』면서 『고문하지 않겠다는 관계당국의 의지만 분명하면 별 문제가 될게 없는데 가입을 미루고 있어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결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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