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회담 4자는 「복4」“/남북 실무접촉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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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단장 “송 대표 가장 왜 그리 큰가” 폭소/문화재 보존사업 놓고 뼈있는 말 오가
지난해 10월25일 3차 실무대표 접촉이후 중단됐던 남북대화가 4개월여만에 재개됐다.
특사교환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인 송영대 통일원차관과 북측 단장 박영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은 3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 마주 앉았다.
○…양측 대표는 회담장 옆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각각 회담대책을 숙의하다 오전 10시 정각 회담장으로 나와 악수를 나누며 『반갑습니다』고 인사.
송 차관은 『지난해 10월 겨울이 시작될 무렵 회담이 중단됐다 봄이 오는 이때 다시 만나니 긴 겨울잠을 잔 것 같다』며 『남북관계도 동면에서 깨어나 판문점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서두 발언.
이에 대해 북측 박 단장은 『지난해 가을 곡식이 무르익을 때 만났다가 이제야 다시 만남으로써 결국 한 절기를 허송했다』며 『더이상 민족앞에 죄짓지 말고 오늘중에라도 특사교환 문제를 매듭짓자』고 강조.
○…우리측 송 대표와 북측 박 단장은 각각의 「봉투」와 「가방」을 빗대 가벼운 설전.
박 단장은 자신이 가져온 흰봉투를 가리키며 『나는 오늘 특사문제를 타결할 생각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가져오지 않고 합의서가 든 작은 봉투만 가져왔다』며 『송 선생은 큰 가방을 가져온 것을 보니 아직도 이러쿵저러쿵 할 말들을 많이 준비해온 모양』이라고 말해 폭소.
송 대표는 이에 대해 『박 선생이 가져온 큰 선물을 담기 위해 이 가방을 가져왔다』며 『이번에는 박 선생이 선물을 줄 차례』라고 가볍게 응수.
○…우리측 송 대표와 북측의 박 단장은 문화재 보존사업을 화제에 올려 「뼈있는」 말들을 주고 받기도.
송 대표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한지 어언 6백년을 맞아 요즈음 서울에서 정도 6백년 기념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97년 완공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경복궁 복원사업』이라고 소개.
이에 북측 박 단장은 『재작년 5월 김일성수령의 지시로 시작한 고려 왕건릉 개건공사가 왕건 탄생 1천1백17돌인 지난 1월30일에 완료됐다』면서 왕건을 우리 역사상 「첫 통일국가」의 시조왕으로 지칭.
○…박 단장은 여러차례에 걸쳐 『특사교환이 빨리 타결됐으면 좋겠다』면서 『아예 이번 4차 접촉에서 타결보자』고 성급함을 드러내기도.
그는 4차 접촉에 비중을 두듯 『숫자 「4」는 「희망4」 또는 「복4」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
그는 『요즘 「모양새 갖추기」 대화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지적하고 『이번에 결실을 보아 민족앞에 뭔가를 보여주자』고 송 대표에게 강한 톤으로 특사교환 성사를 요청.
○…북한 기자들은 「북­미 3단계 회담이전에 특사교환이 이루어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하자는 입장이니까 잘 될 것이다』고 입을 모으기도.
북 기자들은 특히 우리측 특사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표명. 중앙통신의 한 기자는 『남측에는 특사가 이미 정해졌느냐』며 관심을 표명한뒤 『민족 내부문제인 만큼 남측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3월21일전에 특사교환이 성사될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반문.<판문점=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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