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씨 피살」 안풀리는 의문점/범행후 임씨 행적 납득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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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백내용과 조목사 진술도 엇갈려
탁명환씨 피살사건은 검거된 임홍천씨(26)가 범행일체를 자백했다지만 범행 준비에서 자백까지 그가 밝힌 행적은 많은 부분이 의문투성이다.
검찰이 21일 밤 「증거보강」 지시를 해 정밀 재수사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교회측의 개입 및 단독범여부 등이 얼마나 밝혀질지 주목거리다.
우선 임씨의 진술부터 의문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범행현장 사전 답사부분에서 임씨는 『17일 저녁 탁씨가 연구소에서 나와 뚝섬을 거쳐 아파트까지 가는 것을 승용차로 미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탁씨의 유가족들은 『그 시간 탁씨는 남부지원에서 볼일을 보던 중이었고 임씨의 주장대로 뚝섬에 들렀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임씨는 또 『범행직후 속초에 갔다가 이튿날 밤 교회로 돌아와 기다리다 경찰에 연행됐다』고 말했지만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뿐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어 행적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큰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탁씨가 숨졌는지조차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곳으로 왜 갔는지도 의문이고 갔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임씨는 범행에 사용한 군용 등산칼을 한강대교에 버렸다고 말해 21일 오후 경찰은 임씨를 데리고 현장부근을 정밀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으며 쇠파이프의 출처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교회의 범행 개입여부를 밝혀줄 핵심인물인 조종삼목사(32)의 진술도 임씨를 비롯한 교회 직원들의 주장과 엇갈려 21일 밤 조 목사와 교회 직원을 대질했지만 여전히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임씨는 19일 오전 조 목사에게 전화로 범행사실을 알리고 달력을 치우라고 부탁했고 이어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달력을 치웠느냐』고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직원 송모씨(29) 등은 경찰에서 『조 목사의 지시로 같은 종류의 달력 40부를 불태웠으며 알리바이에 대해서도 입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목사는 『전화를 받은건 한차례뿐이며 이때에도 달력을 치우라고 간단히 말했을뿐 임씨의 범행사실은 듣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교회의 말단목사에 불과한 조 목사가 범행사실을 알게 됐다면 이를 교회 상급 간부들에게 보고했을 것이라는게 상식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씨가 스스로 교회로 들어가 경찰에 연행됐다는 사실은 특히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임씨는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온 19일 오후 모집사 집에 들러 형사들이 자신을 비롯한 교회 직원 12명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 교회 이모장로(47)는 19일 저녁 8시쯤 임씨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찾고 있으니 빨리 교회로 오라』고 권유했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자신을 잡으러 교회에 와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씨가 제발로 교회로 돌아온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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