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본심 마친 신춘중앙문예 응모작품 경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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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춘문예 응모작품이 질적인 수준에서 상향평준화되고 있다.양적인 측면에서도 예년보다 1.5배가량 늘어나고 투고자 연령도 낮아지고 있어 외형적으로는 신춘문예에 밝은 전망을 갖게 했다.장르별 응모작 대부분이 정확한 문장구사와 함께 형식 .문법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 예심위원들을 괴롭혔으나 정작 본심에서는『바로이작품』이라 할만한 빼어난 逸作은 선뜻 눈에 안띄어 본심위원들을 당혹케했다.표현력은 있으나 내용,나아가 문학의 혼이 빠져있다는게 올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의 일반 적 지적이다.
지난 13일 작품응모를 마감,23일로 5개의 전부문 예.본심을 마친 94년도 新春中央文藝 응모작품 편수는 총 1만1천여편에 응모자는 2천6백여명이었다.
부문별로는 시 1만여편(2천1백여명),소설 3백92편(3백88명),시조 5백여편(1백5명),희곡 51편(51명),문학평론32편(32명)으로 주요장르인 시.소설응모 편수가 예년에 비해1.5배가량 늘었다.
이같은 응모 편수의 증가는 新春中央文藝뿐 아니라 新春文藝를 실시하는 각 종합일간지의 공통된 현상.격변기인 80년대말에서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응모편수가 격감했던 사실과 대조해 볼때 이제 우리사회가 창작에도 눈을 돌릴만큼 안정돼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응모연령의 중심도 30~40대에서 20대로 다시 내려오고 특히 대학생 응모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80년대 민주화시위로 학원이 몸살을 앓을 때는 30~40대 중장년층 응모자가 주류를 이루고 대부분 당선도 그들에게 돌아가「新春文藝」가 아니라「晩秋文藝」라는 우스갯말을 낳기도 했다.
응모 시.소설의 작품경향은 소재가 다양화.일상화.국제화되고 있는게 특징.
그리고 불안.공포.죽음등 작품내용의 주조는 전반적으로 어두운편이었다.
시부문에서는 전통적 정서로부터 첨단문명까지,미세한 내면탐구에서 우루과이라운드.환경.핵까지 다양한 세계를 반영하면서도 삶의근거없음,인간성 매몰등을 주조로 깔아 첨단산업화.개방화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정서적 혼란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응모작이 기법상으로는 상당한 수준을 보였으나 시적 탐색의 깊이를 지닌 좋은 시는 드물었다.자신만의 언어와 혼이 배어있지 못하고 기교만 승한 고만고만한 수준의 시가 대부분이었다는지적이다.
올 소설 응모에서 특히 눈에 띈것은 재외교포,특히 재미교포들의 응모가 늘어난것이다.
예년 같으면 10편가량에 그쳤던 교포들의 소설 응모가 올해는총 36편이나 됐다.
소설은 LA사태나 교포사회의 삶을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LA사태후 교포들이 모국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응모편수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응모소설들은 할 이야기들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했다.정확한 문장구사로 끝까지 읽게는 만들어도 가슴으로 다가오는 작품은 극히 드물었다.
개성있는 인물도,줄거리도 없이 작품을 끌고 나가다가 소설속에서 내가 왜 이런 작품을 써야하는지를 묻고 있는 이른바「소설가소설」류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또 시.소설 모두에서 기성의 작품을 표절하거나 의도적으로 인용,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패러디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 표절.
패러디에 대한 문단의 조속한 정리를 과제로 던져주고 있다.
新春文藝를 통해 한명이라도 더 새로운 얼굴을 문단에 내놓기 위해 같은 장르에 2개이상 신문에 중복투고하면 당선작으로 선정되더라도 낙선시키는 규정에 따라 올 新春中央文藝도 1명을 낙선처리했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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