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대화의광장,문제학생 현장동행 연구 발표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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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소위「노는 아이들」로 불리는 문제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며 이들의 생활실태.의식세계를 심층분석한 두명의 여성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청소년 대화의 광장」(원장 朴性洙)이 10일 개최한 상담 사례발표회에서「노는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현 장연구」를 발표한 상담원 任銀美씨(28)와 李榮善씨(27).
이들은 11월13일부터 12월5일까지 20여일간 공부엔 관심없고 대부분 시간을 또래들과 노는데 쓰는 중고생 8명을 소개받아 매일 그들의「활동무대」인 록카페.노래방.호프집등을 함께 다니며 지켜봤다.중학교만 하더라도 한반 50여명중 6~7명,고등학교는 훨씬 더 많은 비율의 학생이 이에 속하리라는 것이다.
2명의 상담원은 교사를 통해 서울지역의 中3.高2 남학생을 4명씩 소개받았는데 처음엔 학생들도 자신이「노는 아이」들로 지목된 것을 불쾌해 했지만,저녁 술자리에선 스스로를「노는 아이」라 부르며 좌절감을 토로해 안쓰러웠다고 한다.
학생들은 상당수가 이따금 방탕한 행동을 후회하지만,노는 습관을 억제할 수 없어 고민하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삐삐를 소지,방과후 사복으로 갈아입고 서로 연락해 만난다.웨이터등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대학생 아닌 중고생들이 주로 드나드는 대학가의 노래방.록카페에서 밤새워 논다. 중학생도 술.담배는 기본이고 성관계도 스스럼없이 갖는데 남녀 모두 피임술을 알고있으며 일부는 동거도 하는등 성인의 유흥문화를 답습하고 있다.그러나 고교생들은 무분별한 성관계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부모.교사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는 간섭만 많고 자신들을이해하려는 노력은 않는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점차 나이가 들면서기성세대의 권위와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들도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들중 상당수가 놀면서도 대학진학을 걱정하고 있었어요.그러나 워낙 뒤떨어진 학과공부 때문에 생각에 그치는 거예요.그나이청소년 특유의 참신한 꿈이 없다는 것이 딱해보였습니다.』상담원任씨의 걱정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이에게 문제가 좀 있다고해서「노는 아이」로 낙인찍고 방임한 결과,정말「노는 아이」로 만드는 우리의 현실입니다.부모는 자신부터 처신을 바르게해 모범을 보이고,항상 관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 야 합니다.』상담원 李씨의 충고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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