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들자니 지갑 얇아…"이젠 값싼 정기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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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회사원 김현우(32)씨는 연초에 첫딸을 얻은 뒤 보험설계사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으로 자신이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는 때를 대비해 종신보험을 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金씨에게 15만원이 넘는 보험료는 부담스러웠다.

고민하는 金씨에게 보험설계사는 정기보험을 권했다. 보장내용은 종신보험과 똑같으면서 보험료가 5만원대로 종신보험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신 보장기간은 金씨가 60세가 되는 때까지로 한정됐다. 金씨가 환갑을 맞을 때면 딸도 28세로 직장에 취직해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계산에 金씨는 정기보험을 선택했다.

경기 침체로 가계 지출이 빠듯해지자 金씨처럼 종신보험을 보험료가 싼 정기보험으로 바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과 전화로 정기보험을 팔기 시작한 교보생명의 경우 판매 증가율이 월 평균 35%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42%의 증가율을 기록해 단일 상품의 판매 증가율로는 업계 신기록을 세웠다.

◇종신보험과 정기보험=둘 다 피보험자가 갑작스러운 사고나 병으로 사망 또는 입원했을 때 남은 가족에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보장내용은 똑같다. 다만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보장해주는 반면 정기보험은 미리 정한 기간만큼만 한시적으로 보장한다. 이 때문에 정기보험은 보험료가 종신보험보다 최고 70% 가까이 싸다.

교보생명 다이렉트사업본부 김욱 과장은 "값싼 정기보험으로 자녀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만 가족 생계를 보장받고 절약한 보험료로는 노후생활에 대비해 연금보험을 드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어떤 상품이 있나=현재 16개 생보사가 정기보험을 팔고 있다. 교보.SK생명은 인터넷 또는 전화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나머지 보험사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 보험기간은 1년짜리에서 20년까지 다양하다. 보험기간이 길면 길수록 보험료는 비싸진다.

주계약에 다양한 특약을 덧붙여 가족 모두 보장받거나 암.뇌질환.심장질환 등 특정한 질병 치료비 보장도 추가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가입할 때 주의할 점=우선 정기보험을 나중에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와 전환 조건은 어떤지를 따져봐야 한다. 종신보험으로의 전환은 대개 65세 이전, 보험 만기 2년 전에만 가능하나 전환조건이 까다로운 상품도 있다. 만기환급형의 경우 보험사마다 환급금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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