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亞太정상회담은 재도약 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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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몇달동안 우리나라가 온통 국내문제로 여념이 없었던 사이에도 바깥 세계에서는 우리의 앞날에 크게 영향을 주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오는 11월19~20일양일간 미국 시애틀에서 사상 처음으로 태평양연안 국가 頂上들이한 자리에 모여 이들 국가간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겠다는 일이다.
이 회의에 물론 우리나라 金泳三대통령도 참가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중요한 회의에서 우라나라는 어떤 목적을 추구해야할 것이며,그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준비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번 회의의 모체가 되는 亞-太경제협력 즉 APEC의 중요성부터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89년 호주에서 출범,현재 미국.캐나다.일본.한국.중국.대만.홍콩.아세안6개국과 호주.뉴질랜드등 15개국으로 구성되는 APEC은 EC.NAFTA등 다른 지역협력체와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EC와 NAFTA가 교역에 있어 비회원국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APEC은 그러한 차별적 대우를 지양하는 이른바 개방지역주의(open regionalism)를 표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APEC은 회원국들간의 경제교류를 증진시킬 뿐만아니라 무차별원칙에 따라 범세계적인 다자간 경제교류를 증대시키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목적과 원칙을 따르는 APEC이 우리 국익과 가장잘 부합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난 약 30년간에 걸쳐 우리나라가 괄목할만한 경제적 발전을이룩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간 세계가 무차별원칙등에 입각한 다자간 GATT체제를 유지 발전시켜온 덕분이었으며,앞으로도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해 21세기가 시작될 무렵까지 선진국이 되려면그러한 체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번 시애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 역시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앞으로 亞-太지역의 발전방향에 대한 원대한 구상을 모색하는 것 외에 최소 네가지의 구체적 내용이 포함될 것 같다.첫째는 이미 당초 시한을 3년여나 넘기고 있는우루과이협상을 亞-太지역 국가가 서로 노력하여 반드시 금년 말까지 타결시키기 위해 정상들간의 합의를 도출하려 할 것이다.둘째는 비록 우루과이협상이 금년내에 성공적으로 종결된다고 해도 GATT체제는 국제화가 급격히 이루 어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너무나 제도적으로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우루과이협상 종결 이후 곧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을 출범시키자는데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는 것이 될 것이다.셋째는 날로 강화되는 일방주의.쌍무주 의,그리고 지역주의를 어떻게 하면 多者主義원칙과 조화 시킬수 있는가 하는데 대해서도 정상들간의 의견을수렴하려는 것이 될 것이다.끝으로 현재처럼 세계경제가 계속 침체되어서는 보호주의만 조장될 것이므로 태평양연안국가들이 세계경기를 어 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이 여러가지 의제중 어느 하나도 우리 국익에 직접적으로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번 시애틀회의에 대해 우리 국민이나 정부가 보다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여태까지 우리나라가 참석한 많은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우리 국력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기가 힘들었다.그 이유는 기존의 국제회의는 거의 모두 냉전체제 하에서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설치되었던 것이었고 이에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참가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시애틀 亞-太지역경제정상회담의 경우는 전혀다르다.우선 이런 회의가 처음으로 열리게 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한국과 같은 나라가 적극적으로 앞장서주기를 바라고 있다.그 이유는 APEC회원국 중 많은나라가 미국이나 일본등 경제대국이 앞장서게 되면 혹시 자국 경제가 그들에 예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韓國앞장 美등 기대 이러한 것은 ASEAN제국의 경우 특히 그렇다.그러다 보니 미국.일본과 같은 경제대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제비중이 미미한 동남아국가도 아닌 한국과 같은 나라가 회의진행에 주도적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있다.이 얼마나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가.
이상과 같은 모든 점을 고려해 볼때 이번 시애틀회의는 건국이래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국제회의중 가장 중요한 것이 될 것임이틀림없다.바로 이 점을 고려해 정부는 하루속히 현명한 전략수립뿐만 아니라 완벽한 준비를 해줄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본다.
〈前 KDI院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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