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중진 의원들/후원회 결성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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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명제로 줄어든 「주머니」채우기/국내로… 해외로… 발빠른 모금걸음/“깨끗한 돈으로 「투명정치」 실현”
금융실명제 실시와 함께 야당 중진의원들의 국내외 후원회 결성 및 회원 확장이 줄을 잇고 있다.
초·재선급을 중심으로 결성돼왔던 개인후원회가 계보 보스이기도한 최고위원급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실명제 실시로 위축된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광옥 최고위원은 다음달 2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장을병 성대·현승일 국민대총장,한승헌변호사,함세웅신부,연극인 손숙씨,소설가 김홍신씨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후원회 결성식을 갖는다.
한 최고는 특히 기금모금외에 교수 정책전문가들을 회원으로 영입해 매달 1회씩 정책자문모임을 갖는 등 중진의원의 격에 맞는 브레인 그룹도 갖출 계획이다
국내 후원회를 시발로 한 최고측은 미국·일본으로의 확장도 추진할 생각이다.
한 최고는 『실명제 실시에 따라 깨끗한 정치의 실현이 최우선과제로 등장했다. 정치인이 주변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면 자신에게 결국 되돌아온다』고 소액 다수 후원회의 구성 이유를 밝혔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91년 결성된 재미후원회의 조직확장을 위해 홍기훈의원과 함께 25일 출국했다.
그는 LA에 조직돼있는 후원회 회원들과 함께 다음달초까지 뉴욕·워싱턴 등 다른 도시를 순회,자신의 저서 『믿음의 정치학』 등 홍보물을 돌리며 후원회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최고측은 10월 중순께 프레스센터에서 박권상씨(언론인)를 회장으로 추대,대규모 국내 후원회도 결성키 위해 준비중이다.
재미후원회 결성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정대철 전 최고위원은 가장 짭짤한 성과를 거둔 사례다.
뉴욕·시카고·LA의 호텔과 교포음식점에서 개최된 정 의원의 후원회 행사에는 모두 1천여명 이상의 교민들이 1백달러짜리 입장권을 구입해 참석,약 10만달러(8천여만원)의 후원회 기금을 모았다.
정 의원은 미국 교민사회의 중추인사들은 경기고·서울대 법대 동문과 모친 이태영여사가 이사장인 가정 법률상담소 미국 지부측의 큰 도움을 받았다. 정 의원의 미국행사에는 조홍규·조순승·정상용·이윤수의원이 동행해 당대표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그의 체면을 세워주었다는 후문. 또 잘 아는 사이의 가수 조영남씨와 그의 동생 영수씨(성악가)가 함께 찬조출연해 연회장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이부영 최고위원도 지난 5월 국내 후원회 결성때 미국·일본·홍콩 등 해외교민들이 회원으로 가입해옴에 따라 재미후원회 구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김원기·한광옥최고의 이번 국내 후원회 결성으로 이미 후원회가 있는 조세형·이부영·노무현 최고위원 등과 함께 9인의 당지도부중 절반 이상이 후원회를 갖게됐다.
조 최고는 『과거 중진의원들의 경우 다른 곳에서 정치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는 외부의 일반적 인식탓에 후원회 구성을 꺼려왔다』며 금융실명제 여파로 달라진 정치권 분위기를 설명한다.
정치인들이 후원회 구성을 통해 깨끗한 돈을 조달받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야당 중진의원들에 이어 초·재선의원들도 여당처럼 거의 모두 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권장돼야 한다.
그러나 해외교포들을 상대로한 후원회 구성은 재고돼야 후원회 구성은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않다.
해외교포들이 이민한 나라의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야지 본국정치에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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