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씨름 갈수록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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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로야구·축구·복싱 등과 함께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민속씨름이 고사상태에 놓여 있다.
프로씨름을 주관하는 한국민속씨름협회가 행정 부재에다 아마인 대한씨름협회의 활발한 사업 등에 눌려 빈사상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민속씨름협회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춘천에서 주최한 체급별 및 천하장사대회에는 나흘 간 사상 최저관중인 불과 3천여 명(하루평균 8백여 명·무료관중 포함)이 관람해 5백만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민속씨름 전성기이던 80년대 중반 하루 평균 관중 수 3천6백여 명에는 물론 지난해 1천6백여 명에도 크게 뒤지는 수준.
주최측은 무더위와 체육관의 냉방시설 불비에서 원인을 찾고 있으나 민속씨름은 관중이 매년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5일 인천에서 열린 대한씨름협회의 대 천하장사 선발전에는 월요일 오전이라는 시간대의 불리함에도 3천여 명의 관중이 운집, 대조를 이루었다.
대한씨름협회 측은 이번 대회를 위해 MBC를 새로운 중계권자로 끌어들여 홍보전을 전개하는 한편 아마로선 파격적인 2천만원의 우승상금을 지급, 10년째 천하장사 상금을 1천5백만원에 묶어 놓고있는 민속씨름협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지난 10년간 아마·프로씨름을 독점 중계해온 KBS에 대해 MBC가 이번 인천 대 천하장사 선발전 중계를 계기로 파격적인 중계료를 대한씨름협회에 지불해가며 아마대회를 계속 중계할 계획으로 있어 두 방송사간의 불꽃튀는 경쟁도 볼만하게 됐다. 또 대한씨름협회는 앞으로 대 천하장사대회(무제한급 경기)를 정례적으로 열어 입상 선수들에게 민속씨름 못지 않은 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상금액·대회 개최 시기 등을 논의 중이어서 민속씨름협회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민속씨름협회는 전임 엄삼탁 회장이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돼 자리를 떠난 이후 전철수씨가 회장대행을 맡고 있으나 행정력이 미약한데다 재정상태마저 나빠져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생아마선수들에게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는 문제의 타당성 여부가 논의됐으나 대한체육회 측은 『팀이나 소속학교를 통해 경기력 향상 지원금으로 상금을 배분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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