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닮아 학생들 혼동 잦았죠"|2대째"교육학 외길" 김은우·인회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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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교육학자 김은우(77·전 이대 교수)·인회(55·연세대교수)부자는 얼굴과 몸집이 매우 비슷한「닮은 꼴」이다.
유전인자의 오묘한 조화를 느끼게 할 정도로 외양은 닮았지만 성격은 천양지차라는 것이 이들 부자의 공통된 반응. 아버지 김 교수가「개방적이고 사교적」인데 비해 아들 인회씨는 스스로『융통성이 없고 폐쇄적이며 사람을 사귀는데 서투르다』고 주저 없이 말한다.
그는 유명 여류조각가였던 어머니 김정숙씨(91년 작고·전 홍익대교수)와 아버지의「대외지향 적」인 삶이 자신의 성격형성에 적지 안이 작용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태어난 이후 번갈아 행해진 부모의 해외유학,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두 동생의 가장 역할을 도맡다시피 했다고 말하는 인회씨는『부모님끼리의 지나친 밀착과 바쁜 대외활동이 어린 내게 심한 소외감을 줬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그래서「나는 커서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늘 다짐하게 됐고 이러한 경험이 결국 자신을 매우 가정적인데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부모로부터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곁으로는 적어도 아내에게 보이는 것과 똑같은 양의 애정과 관심을 보이려 애써 왔다고 했다.
『교육학자 입네 냄새 피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아버지 김 교수는 공부하라는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웠지만 늘 책과 원고지에 묻혀 사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자연 아이들을 학문에 정진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인회씨의 두 동생은 현재 생물학과 교수(혜영씨·동국대)와 컴퓨터전문가(철회씨·미국거주) 결혼 후 분가했다 2년 전 어머니가 별세한 후 아버지의 연희 동 자택에 합류한 인회씨는 질서 정연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인물.
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글을 읽고 때로는 받아쓰는 작업을 하면서 조직적인 사고와 문장수업을 받았다고 했다.
또『아버지는 틀에 박히지 않은 인간, 잘난 체 하지 않고 남의 가슴에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 늘 반가운 얼굴로 이웃을 대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대표적인 원로 교육학자로『현대교육 철학』『새 사상과 교육』등 30여권의 저서를 갖고 있는 아버지 김 교수는 이화여대를 정년 퇴직한 요즘도 천안 성화대에서 교육학을 강의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인회씨가 연세대로 자리를 옮기기 이전, 11년간을 이화여대에서 아들과 함께 교수생활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 많은 학생들이 두 교수를 착각, 교수 실을 잘못 찾아가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
김 교수는『나는 서양교육철학을 국내에 많이 소개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한국의 교육철학정립에 몰두해 온 아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교육학 교수(서울 간호전문대)인 인회씨의 부인 최옥선씨(53)는『식구가 다 교육학을 가르치는 입장이지만 집안에서 교육학을 주제로 대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그러나『아버님은 자신이 읽으신 교육학 서적 중 좋은 것을 읽도록 권유해 주시는 자상한
분』이라고 했다.
인회씨의 둘째딸(태리·26)도 영국 런던 대에서 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중.
이들 네 사람의 한집안 식구는 보기 드물게 모두 연세대 동문으로 3대째 한길을 걷고 있는 셈.
김은우 교수는 교회 성가대에서 만나 5년 연애 끝에 결혼, 53년을 해로했던 부인이 그리울 때는 혼자 산책하며 부인과 함께 불렀던『라팔로마』(스페인 작곡가 이라디에르 곡)를 낮은 목소리로 부른다고 했다.
아내가 살아생전 심혈을 기울여 만든 1백여 점의 조각품과 일에 몰두해 있는 아내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들을 집안에 가득 비치해 놓고 사는 그는 아직도 살아 숨쉬는 듯한 아내의 숨결을 느끼는 듯 했다.
그는 당뇨병이 있는 자신을 위해 식사 등을 준비하는데 아내보다 더 정성을 쏟는 며느리가『천사 같다』고 흡족해 했다. 인회씨 역시『아버지가 더 연로하시기 전에 좋아하시는 여행을 편히 다니실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이들 부자는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을 개조, 아내요 어머니를 기리는 조각 박물관으로 만들고 싶다는 공통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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