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8.08PM 베이징 올림픽 D-365 <上> 성당 시대 꿈꾸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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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세워져 있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탑이 개막일인 내년 8월 8일까지 369일이 남아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2008년도 최고의 볼거리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개막식 성공 여부에 "목숨까지 걸었다"는 장이머우 감독의 연출 아래 13억 중국인들이 일치단결해 제작 중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극비에 부쳐져 있지만 5000년의 중화 문명, 그중에서도 정수로 평가받는 성당(盛唐) 시대의 재현이 주 선율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미리 본 개막식=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법정 의식과 예술 의식의 두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법정 의식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정한 필수 절차다. 선수단 입장과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치사,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개회 선언, 올림픽기 게양, 성화 점화 등의 순서로 구성된다. 그 다음엔 예술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관심의 핵심은 성화 점화 방식과 예술 프로그램 두 곳이다. 특히 성화 부분은 기밀 중 기밀이다. 그러나 개막식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 아래 현재 검토 중인 한 가지 방식을 공개했다. 바로 '기마(騎馬) 점화' 방식이다.

먼저 화려하고 우아한 대명궁(大明宮) 대형 세트가 등장한다. 대명궁은 당 태종이 건립한 우아하고 화려한 궁전이다. 대명궁이 찬란한 빛을 발하면 그 위로 화려한 백마를 탄 기병이 등장한다. 복장은 성당 시대의 화려한 모습 그대로다. 이때 성화 최종 주자가 달려와 기병이 들고 있는 성화봉에 불을 붙인다. 동시에 성화대까지 계단식으로 이어진 외길이 펼쳐진다. 길 위에는 황제의 색깔인 황금빛 카펫이 깔린다. 기병은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천천히 계단을 올라 전 세계 19개 국가를 돌아온 성화를 성화대에 피워 올린다.

개막식 최종 행사인 예술 공연은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웅장한 광장 예술로 펼쳐진다. 대명궁을 배경으로 56개 민족의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공연단이 그 아래 자리잡은 황제의 정원인 '금원(禁苑)'에서 화려한 율동을 선보인다. 뒤쪽으로는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은 시안(西安) 중난(終南)산의 천봉(千峰)이 나타난다. 한창 뻗어 오르는 중국의 국운을 상징하는 장치다.

◆왜 성당인가="베이징 올림픽은 19세기 열강의 침략을 경험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중화민족이 100년간 키워온 부흥의 꿈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전 세계인들이 중국의 발전상을 함께 확인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베이징대 정부관리대학원 학생 리펑청(李鵬程.19)의 말이다. 이처럼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인이란 피가 흐르는 이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뛰어넘어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다. 새가 둥지를 튼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냐오차오(鳥巢)'라고 불리는 올림픽 주경기장은 13억 중국인과 화교들에게 중화민족의 후예임을 일깨워주는 생생한 교육현장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던 성당 시대가 재현된 듯한 감동을 만끽하고 싶어한다. 한족(漢族)의 주도 아래 북방 유목민족과 서역 이슬람 문화까지 적극 수용해 가장 개방적이고 번성했던 때가 당나라 시대였기 때문이다.

성당 시대 재현의 의미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집단학습을 통해 강대국 흥망사를 연구하고, 중국 중앙텔레비전이 '대국 굴기'란 프로그램을 만든 데서 알 수 있듯 중국은 자기에게 맞는 강대국 모델을 찾아왔다"며 "중국은 당시 최고의 국제 도시였던 장안(長安.현재의 시안)처럼 베이징이 세계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당나라는 중화민족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경제와 문화 사상을 두루 개방했다"며 "베이징 올림픽의 구호처럼 인문(人文) 올림픽을 구현하려면 당나라 때처럼 경제뿐 아니라 문화.이데올로기까지 적극 개방하는 포용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2002년 말 제16차 당 대회 이래 중국은 중화민족 부흥을 위해 '책임 있는 강대국 건설'을 주창해 왔다"며 "중국이 올림픽을 계기로 이미 강해진 '소프트 파워'를 한층 더 키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베이징 올림픽이 "조화와 평화를 주제로 한 중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적으로 부각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나라 때 세계의 중심은 수도 장안이었다. 이제 중국인들은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의 장안가(長安街)로 전 세계인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특별취재팀> 베이징=진세근.장세정 특파원, 이경란 일간스포츠 기자 / 서울=유상철.유광종 기자

◆장이머우(張藝謨) 감독='패왕별희'의 천카이거(陳凱歌)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5세대 감독. 19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중국적인 것을 세계화했다는 찬사와 함께 봉건제 아래의 중국 사회를 동양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중국 근대사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피해 갔다는 비판도 받는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국두' '홍등' 등이 있다.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현재의 시안)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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