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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가로수길을걷다

중앙일보

입력


1년 전만 해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저녁 약속을 잡는 사람은 없었다. 일찍 문을 닫는 옷가게나 상점들로 거리가 황량해 보이곤 했으니까. 또 식사 후 차 마실 만한 곳도 숍 인 숍 형태의 앤티크 가구점이거나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샌드위치 가게 정도. 그나마 운치 있고 조용한 가로수길만의 독특한 개성에 끌려 찾긴 찾았지만 2%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사이 이 길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노천 카페가 속속 들어 서고 커피빈과 카페 하루에, 구스티모 등 마니아를 이끌고 다니는 고급스러운 디저트 숍들이 많아져 지금까지 느꼈던 갈증을 많이 해갈해주고 있다.
디자이너 옷가게, 카페, 인테리어 숍들이 나란히 이웃한 중앙길을 기점으로 들어서다 이제는 골목마다 특색 있는 매장들이 들어서게 됐다. 가로수길 그란떼의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가다 보면 다이너라이크, 라멘구루, p.532 등 다양한 숍들이 꾸준히 간판을 달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여름밤 도심 속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라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칭찬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으로 탈바꿈하게 되었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이렇게 생겨난 여러 테라스형 카페와 상점들이 하나같이 가로수길 고유의 색을 해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이다.즉 가게들은 저마다 개별적으로, 혹은 하나의 집합체로 가로수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여름밤을 즐길 만한 곳 이라면 그 어디서나 지출을 부추기는 호객, 노골적인소비문화를경험해야만한다. 하지만이곳신사동가로수길에서는다르다. 여름밤시원하게 바람 부는 야외 테라스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거리의 호들갑스러움과 맹렬히 쫓아야 할 것 같은 트렌드에서 멀찍이 떨어져 짧으나마 휴식을 즐기고 싶다면 가로수길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그저 신사동과 압구정동을 잇는 보통 길에 은행나무를 심었고, 이 나무가 자라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은 가로수길이 그만의 예술적이고 고아한 분위기로 지금은 무더운 여름밤에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사동 현대고등학교 맞은편, 압구정동과 신사동을 이어주는 가로수길이 있다. 원래는 화랑 거리였는데 패션과 인테리어 숍이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노천 카페까지 들어서 제법 유럽의 골목 같은 정취가 느껴진다.
청담동에 주로 가던 스타일리시한 30대가 요즘 모여든다는 가로수길, 여름밤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그 길로 나서본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노천 카페, 옷가게, 생활 소품 등 개성 있는 가게가 밀접한 특별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한여름 밤의 열기를 느끼며 분위기 있게 식사할 수 있는 노천 카페와 본토 맛을 그대로 재현해내는맛집들. 구석에 있기엔 왠지 아까운 카페 다이너라이크(02.3446-2422)는 사람이 붐비지 않아 노천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느낄 수 있으며 커피에 한해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스콘을 무료로 제공한다. 저녁에는 와인과 함께 파스타를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다음으로 본토 맛을 그대로 재현한 라면집 라멘구루(02.544-1987)와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인테리어와 아시아 퓨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핑퐁(02.542-1985). 그리고 페어 트레이드를 실천하는 착한 카페 오후 6시2분(02.445-3083)과 모던한 서재 분위기로 꾸민 p.532(02.516.5230)도 뉴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 민영 기자 사진 임익순, 유건욱 기자
출처. 레몬트리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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