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틀 속에 치열한 현실의식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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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2년도 중앙시조대가 신인상을 수상한 시조시인 김연동씨가 시조 시집 『저문 날의 구도』를 펴냈다 (문학 세계사간). 김씨는 이 시집에 실린 70여편의 시조를 통해 인간의 정과 자연의 경치는 물론 일상사와 사회 현실까지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 무리 없이 집어넣을 수 있음을 실험하고 있다.
『살아 눈뜬 자여 절망을 보았는가./떨어지는 저녁 빛에 목숨 기대고 서서/봄꽃이 피어서 지는/찰나를 지켰는가./분칠한 야한 바람에 새순 잘리고 있던,/망월동 어디에선가 피 발린 비경 같은/처절한 비명 소리를/묵도 한적 있는가.』 (「노을」전문)
서정적 감회와 서경적 묘사를 전통적 틀에 담으면서도 이 시에서와 같이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놓치지 않아 전통시와 현대시, 순수시와 참여시를 한 공간에서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 김씨 시조에 대한 평단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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