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총 문인협-주도권 다툼 "불꽃"-민예총 작가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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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문화 단체의 정통성을 놓고 기존 제도권 단체와 재야 단체간 다툼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야 문화 단체인 한국 민족 예술인 총 연합 (이하 민예총)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이하 작가회의)가 사단법인화를 추진하면서 기존 사단법인체인 한국 예술 문화 단체 총 연합회·한국문인협회의 정통성에 시비를 걸고 들어오고 있다.
「재야 문화 단체들을 포함해 다원적인 문화 단체의 존립을 인정하고 문화 행정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새 정부의 재야 포용 의지에 맞춰 지난 4월부터 민예총이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작가회의도 15일 공청회를 갖고 법인화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 재야단체가 한결같이 『반민중·반민족 문화의 청산과 척결을 통한 문화 대개혁』 『이제 재야 단체들이 문화의 중심과 주류가 돼야한다』는 등의 주장을 앞세우고 있어 기존 단체들과의 심각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오후2시 한글 회관 강당에서 열리는 「민족 문학 작가회의 위상에 대한 공청회」에 앞서 미리 내놓은 주제 발표문에서 문학 평론가 구중서씨는 『지난날 재야 민주화 운동권에 위치해 독재 정권으로부터 박해만 받던 문화 단체들은 앞으로 이 나라 문화계의 중심이 되고 주류가 될 사명과 마땅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이어 예총·문인 협회 등을 겨냥, 『지난 시대 정권 차원에서 공인 받은 문화 단체들의 기본 성격은 친일 반민족, 시국 현실에 대한 순응주의』라고 몰아붙였다.
문인협회 (61년)·예총 (62년) 등 61년 이후에 결성된 단체들은 대체로 5·6군사정권 주도 아래 탄생, 3선 개헌·유신 헌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찬동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같은 체제 순응주의 성향은 5, 6공에 걸쳐 꾸준히 계속돼 왔다는 것이 구씨의 지적이다. 따라서 『민족 정기를 바로잡고 민주화를 구현하며 사회 모든 분야에 누적된 부정부패를 척결해야할 오늘의 현실에서 다원주의 명분 아래 기존의 제도권 문화 단체와 재야 단체들이 동일한 위상으로 설 수는 없다』고 구씨는 못박았다.
소설가 김영현씨도 주제 발표문을 통해 『문민 정부 주도의 개혁 바람이 일고 있는 이때 문학을 포함한 문화 예술계 역시 뿌리깊은 반민중·반민족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며 「문화 대개혁」을 주장했다. 달라진 시대, 재야 단체들의 제도권 진입과 그에 따른 정통성 시비에 대해 예총·문인협회 등도 기득권 수호와 대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지난 4월16∼17일 이천 미란다 호텔에서 열린 예총 대표자 대회에서 재야 단체의 제도권 진입으로 그동안 합법적 유일 문화 단체로서의 예총 위상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회원들에게 집행부는 『당국에 강력히 항의, 재야 문화 단체의 제도권 진입을 막고 예총의 위상에 흔들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해 이들의 불만을 무마시켰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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