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 고위회담 다목적 활용예상(핵 갈림길에선 북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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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②북·미회담에 미칠 영향/핵포기 대가 확실히 받자”/팀훈련 중지·경제지원까지 요구 가능성/복귀후 회담끌어 핵생산 시간벌기일수도
북한의 박길연 유엔대사는 북한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통과되던 때 두차례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문제는 유엔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 두나라간에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이는 북한의 지난달 13일자 노동신문 사설에서 『우리의 핵문제는 유엔에서가 아니라 우리와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 것과 일치하는 발언이다.
북한의 이같은 논리는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 양자이니 이 양자가 협의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직접 양자회담을 갖는 것을 70년대이후 주요한 외교목표의 하나로 추진해 왔다.
○「당사자해결」 고수
그렇게 본다면 이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선언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과 고위회담을 갖겠다고 결정한 일 자체가 북한으로서는 외교적인 성과라고 볼수도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알고있는 미국은 북한핵문제로 북한·미 간에 회담을 하게 된다는 식의 해석을 피하고 싶어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미 고위회담을 유엔의 결의뒤로 미루어 왔다. 유엔안보리 결의안 제4항에는 『북한이 이 결의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회원국들은 북한을 격려하고 또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회원국들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있다.
미국은 북한·미 간의 고위회담을 양자간의 관계로 보지않고 한 유엔회원국으로서 안보리의 이번 결의안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북한과 만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미 간의 만남을 양쪽이 어떻게 해석하든 간에 내주에는 양쪽의 차관급이 머리를 맞대게 되었다.
문제는 유엔의 결의가 이 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있다.
이번 결의안은 13대0이라는 절대 다수로 가결됐는데 파키스탄과 중국은 기권했다. 파키스탄은 자신이 NPT회원국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기권했고 중국은 대북한 유엔압력보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이유로 기권했다. 북한으로서는 유엔안보리에서의 이같은 압도적인 가결을 가볍게 볼수만은 없다.
○중국기권 큰 타격
특히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라고 할수 있는 중국이 기권한 것은 북한에 큰 타격일수 있다.
앞으로 북한핵문제가 해결 안될 경우 북한은 뒤이어질 안보리의 대북한 경제제재 같은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치 않으면 안된다.
경제제재라는 다음조치까지 나갈 경우 북한으로서는 체제의 존립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이 된다.
그런점에서 이번 안보리 결의는 비록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해도 이를 다시 한번 고려해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을 1차 조성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북한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가 중국이 한국의 유엔가입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실해지자 갑자기 동시가입으로 태도를 바꾼 전례로 보아서도 핵문제와 관련,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북한·미의 고위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않다.
북한으로서는 국제적 압력으로 어차피 핵개발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면 이를 빌미로 미국으로 부터 얻어낼수 있는 것은 이 기회에 모두 얻어내자는 계산을 할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여러 기회를 통해 미국에 요구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바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 부터 받아낼 양보는 팀스피리트훈련 취소 ▲주한미군기지 동시사찰 ▲북한에 대한 핵공격 포기선언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인정 등이 있으며 가능하다면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경제지원을 요구할수도 있다.
○회담성과 가능성
물론 미국이 선 핵문제해결,후 북한·미 관계개선이라는 원칙에 변화가 없기는 하지만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고위회담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즉 북한은 기왕에 NPT탈퇴 번복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빌미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것은 모두 받아내자는 전략을 세울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수 없는 것이라 한다면 북한·미 고위회담은 역시 북한의 국내용 선전과 시간벌기에 기여할 뿐이다.
북한은 전술적으로 NPT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여 쟁점을 흐리게 한뒤 회담을 지연시키면서 핵무기생산의 시간벌기를 할수도 있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는 북한·미 고위급접촉이 있는 후에나 판단이 설 것이다.<워싱턴=문창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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