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면제 숨은 주역 한국대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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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을 (비자 면제국에) 포함시키겠다. (Whatever it takes, Korea will be 'in'.)"

미국의 베니 톰슨 하원 국토안보위원장(민주)을 비롯한 상.하원 의원들이 올 초부터 워싱턴의 한국 지인들에게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한국의 숙원이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26일 미 양원을 통과한 것과 관련, 워싱턴 소식통들은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주미 대사관의 노력이 일익을 담당했다고 분석한다. 대사관은 2005년 합법적인 로비스트를 기용해 국토안보.외교.법사 등 비자 면제에 영향력이 큰 상.하원 3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주미 대사관이 로비스트를 고용한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 알려진 일이다.

이어 지난해 초부터는 이태식 대사가 상.하원 의원 150여 명을 잇따라 만나며 비자 면제 홍보에 뛰어들었다. 김은석 의회 담당 공사참사관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3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보좌관 27명을 한국에 세 차례나 여행시켰다. 이들에게 선진국 수준인 한국의 출입국 관리 시스템을 직접 확인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와 인천공항을 둘러본 보좌관들은 "위조여권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걸 보니 비자를 면제해도 걱정 없겠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대기업과 경제단체 100여 개를 끌어들여 '비자 면제 지지 한.미 연합'을 출범시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보잉사와 미 상공회의소(AMCHAM), 알래스카 공항공단 등이 참여한 이 단체는 미 의회와 행정부에 여러 차례 청원서를 보내 비자 면제를 호소했다.

한인단체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 지난해 4월 홈페이지(welcome-korea.org)를 개설, 비자 면제 지지서명을 받아 미 의회에 보냈다.

이런 다각적인 노력이 공화당 지도부에 알려지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과 지난달 "한국의 비자 면제 조기 실현에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비자 면제 성사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마침내 내년 7월 실시될 예정이다.

김은석 공사참사관은 "앞으로도 주요 사안에 대해 대사관과 한인들이 합심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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