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겸업 이율재 서울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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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진작가」로도 좋은솜씨를 인정받고 있는 서울역 이율재역장(58)이 최근 한 문학잡지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평소 『좋은 취미를 갖고 있는 것은 노후연금보다 낫다』고 누누이 강조하면서 일상의 잔잔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왔던 그가 이번에는 수필쓰기를 통해 「살아온 역정을 되짚어보고 반성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
그는 최근 문화예술지 『포스트모던』(계간)에 6·25의 체험을 회상하는 수필 「맥아더형과 고향하늘」을 발표, 이 잡지가 수여하는 「한국문학예술신인상」을 받아 수필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 것.
『평소 문학을 짝사랑의 대상으로 지켜보며 위안으로 삼아왔다』는 이역장은 지난 80년대초부터 주로 철도청 기관지 『한국철도』에 연평균 3∼4편의 글을 기고해 왔다.
전남 곡성출신으로 전남대법대를 졸업한 후 곡성역에서 기차표를 팔고 신호기를 청소하는 역부로 「철도인생」을 출발한 그는 그동안 순천·대전역장등을 거쳐 지난해 3월 철도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바라보는「서울의 수문장」인 서울역장이 됐다.
3백여명의 서울역 직원을 일사불란하게 이끌면서 하루 5백회의 열차운행, 15만명의 이용객 안전을 빈틈없이 책임져야 하는 그는 『바쁠수록 자신의 정서관리를 잘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사진작가로도 괘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부산일보 제7회 국제사진전에서 소외지대의 삶을 앵글에 담은 「외곽지대」라는 작품으로 동상을 수상했으며 서울시에서 공모하는 사진전에서는 서울역의 야경을 담은「서울역 25시」로 가작에 입선했다.
역시 80년초부터 열심히 카메라를 만져온 그는 이외에도 제물포 사진전. 대전일보 사진전등에 20여 차례 입선했다고 자랑했다.
『철도주변은 외부사람들에게 개방이 안된 지역인 탓에 신선한 소재를 찾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하는 이역장은 앞으로 『기계와 자연,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철로변 작업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고 싶다』고 했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거리로 난 1백여분을 키우고 있기도 한 그는 『취미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가야하며 이는 단조롭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더없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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