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박만식씨 「향톤문화자료실」 화제(지방 패트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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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향토문화 역사자료 무료로 빌려줍니다/15년동안 전국 순회하며 수집/「서울 6백년사」 등 희귀본 소장
『전국 각 지방에서 발간된 향토문화 자료들을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책의 해를 맞아 15년동안 전국의 각 지역에서 발간된 향토문화지를 모아온 박만식씨(57·회사원·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 12의 427)가 「전국향통문화자료실」을 열어 화제.
5일 대구 문화방송국앞 4층 빌딩의 2층 사무실 30평을 얻어 문을 연 이 자료실은 박씨가 15년동안 모아온 전국의 향토지를 비롯해 향토역사지 등을 비치,향토사학자들이나 학생·시민 등 누구에게나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이 자료실에 소장된 향토사료들은 인근 경북지방을 비롯해 서울·부산·제주도 등 14개 시·도와 2백30여개 군·면단위에서 발간된 전국의 향토역사지 5백권과 시·군의 향토역사 홍보집·문화재 안내책자 등 1천권.
『78년 직장동료인 KBS중계소 직원들과 태백산 등정에 나섰다가 나무의 왕자로 불리는 주목나무의 웅장함과 산위에서 비바람에 시달리다 말라죽은채 서 있는 고사목에 매료돼 주목나무에 대한 역사자료를 찾던중 향토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30년동안 경북지방 산간지방의 KBS중계소만을 옮겨 다니며 근무해온 박씨는 『그때부터 향토지가 발간된 전국 각 지방에다 수차례씩 편지를 발송,향토지를 한권한권씩 모으기 시작했다』며 『여름 휴가철에는 수집하기 어려운 향토지가 있는 전라도 지방과 서울에까지 가족들을 데리고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수집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박씨가 가장 아끼는 향토지는 『서울 6백년사』.
『85년 서울의 향토지가 오래전부터 발간돼 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울시 공보실을 비롯해 문화관광국장·시장 등에게 4개월동안 10여차례 편지를 냈으나 구할 수 없어 직접 서울 연희동 「시사편찬위원회」를 찾아가 몇권 남지 않은 보관본을 구했을 때가 무엇보다 기뻤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또 향토지를 만들고 있는 지방에는 책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미리부터 띄우거나 계속해 전화를 걸고 책을 보내준 공보담당자에게는 작은 선물을 보내는 등 박씨의 열의는 거의 광적이었다.
박씨는 향토지 뿐만 아니라 평생동안 자신에게 보내준 편지 3천여통을 한통도 버리지 않고 차곡 차곡 스크랩을 하고,주변 친지나 친구들이 보내준 연하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결혼기념일에 그것을 복사해 편지와 함께 보내는 등 별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
박씨는 『자료실 문을 열자말자 지방의 향토사학가·대학생들이 찾아와 책을 빌려가거나 복사해가는 등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전국의 향토사료를 모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대구=김선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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