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등심 같기도 목심 같기도 … 미국산 쇠고기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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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부 대형 마트가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부위를 속여 팔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쇠고기 부위의 명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미국에서 ‘척 아이 롤’이라 부르는 부위를 농림부에서 제시한 상업적 통용 명칭인 ‘알목심살’로 하지 않고 ‘윗등심’으로 이름을 붙여 팔았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일부 언론은 “롯데마트가 부위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측은 “미국식 부위 명칭이 한국식 부위 명칭과 정확하게 조응하지 않아 생긴 혼란일 뿐”이라며 “값싼 부위를 비싸게 팔았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척 아이 롤’은 한국 농림부에 고시된 쇠고기 부위 명칭에서 목심과 등심 사이다. 목심과 등심을 다 같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명칭 사용에 사실 모호한 구석이 있다. 두 부위가 다 포함된 만큼 롯데마트로서는 이왕이면 ‘목심’이라는 용어 대신 한국 소비자들이 더 높게 쳐주는 ‘등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다. 부정확한 부위 명칭 사용으로 소비자를 헷갈리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명칭 사용이 위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농림부 고시 어디에도 ‘수입 쇠고기의 특정 부위는 한국어로 이렇게 표기하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식육의 부위별·등급별 및 종류별 구분 방법’이라는 고시를 통해 부위 구분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식적인 쇠고기 부위 명칭은 대분할 10개, 소분할 29개다. 크게 목심·등심·갈비·양지 등 10가지로 분류해 놓고, 이를 다시 윗등심살·아랫등심살·꽃등심살·살치살(등심), 갈비·마구리·토시살·안창살·제비추리(갈비), 양지머리·업진살·차돌박이·치마살(양지) 등으로 세분해 놓은 것이다.

알목심살도 공식 명칭은 아닌 것이다. 음식점에서 흔히 ‘알’ ‘꽃’ ‘진’ 등을 앞에 붙여 고급 부위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도 사실 편법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식육의 부위별 분할 기준이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수입육은 국내 기준에 따른 부위명을 표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를 준수할 수 없는 경우 수출국에서 표시된 부위명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수입 쇠고기가 밀려오는 시대, 소비자의 혼란을 줄여줄 수 있는 부위 명칭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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