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압박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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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부 김세화(3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자신이 체감하는 물가와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 12만∼15만원 들던 차량 기름값이 최근엔 월 17만∼20만원으로 높아졌다. 밀가루·라면·시내버스 요금도 올랐고,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과일·채소 값도 눈에 띄게 비싸졌다. 김씨는 “뭔가 계산착오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했다.

 물론 계산착오는 없다. 다만 물가 통계가 실제보다는 조금 늦게 반영되기 때문에 수치상의 물가와 체감물가가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론 수치상 물가도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통화량 증가, 주식시장 활황과 같이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꿈틀대는 물가=상반기 소비자 물가지수는 2.2%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설정한 목표치(2.5∼3.5%)를 밑돈다.

 하지만 하반기엔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6%로 내다봤다. 상반기보다 꽤 높다. 대개 체감물가는 수치상 물가보다 높게 마련이다. 실제 가장 장바구니 물가에 가깝다는 생활물가지수는 5월과 6월 연속 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도 높은 152개 품목만 모아 계산한 것으로 비교적 체감물가를 잘 반영한다. 원재료·중간재 물가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원재료 물가는 시간을 두고 소비재에 반영되는 만큼 앞으로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진다는 신호다.

 게다가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4분기 경제성장률을 5.1%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4.4% 성장한 것에 비하면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돈 씀씀이가 늘고 그에 맞춰 물가도 높아지게 된다.

 곡물·유가·금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국내 물가를 자극할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공요금 인상을 부채질한다. 이미 일부 지자체가 버스·철도 요금을 올린 데 이어 상하수도료·쓰레기봉투값 인상을 서두르는 지자체도 수두룩하다.

 ◆쪼그라드는 살림살이=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소득도 늘지만 대개 소득이 느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득이 본격적으로 늘 때까지는 되레 물가 상승으로 상대적 빈곤감이 커진다는 얘기다. 게다가 올해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라 부동산 관련 세금도 지난해보다 크게 는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속적 상승에 따라 갚아야 할 이자도 크게 불어나고 있다.

  KDI의 이시욱 박사는 “각종 세금과 이자 부담이 늘고 있어 하반기 이후 물가가 오르면 가계 충격은 더 커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 당국이 콜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개인의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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