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이 죽어간다/서울시립대 이경재교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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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토양산성화­대기오염에 생태계 파괴/전나무·서어나무 멸종,곤충 사라져
창덕궁이 죽어가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교수(조경학과)가 문화재 관리국의 의뢰로 조사한 창덕궁의 토양산성도에 의하면 89년의 수소이온농도지수가 4.5에서 92년에는 식물이 살 수 없을 정도인 3.9로 크게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각종 동식물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전나무와 독일가문비나무,중부지방의 대표적 수종인 서어나무가 멸종됐고,수령 50년 이상의 느티나무와 산벚나무가 죽어가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1백94호인 7백년생 향나무도 엽록소가 파괴돼 잎끝이 바래고 가지가 늘어져 서서히 고사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창덕궁의 참나무림이 86년에 5백평방m당 27종 3백85그루에서 90년에는 13종 2백27그루로 감소했으며 땅속의 지렁이와 땅강아지·방아깨비 등의 곤충이 잇따라 사라지고 텃새인 휘파람새가 없어진 대신 토양이 황폐했을때 자라는 독초인 억새와 자리공 등의 잡초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같이 창덕궁의 동식물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산성비로 인한 토양의 산성화와 대기오염에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소석회와 칼슘성분을 섞어주는 미봉책 외에 장기적인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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