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 특별사찰 IAEA서 왜 하나/북 플루토늄 대량추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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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임시사찰때 중대한 증거 포착했을 가능성/미 의지 떠보려는 북측 계산된 행동일수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동안 가라앉는듯 하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 실시문제 거론을 계기로 또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IAEA와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한데 이어 이를 비준·발효시킴으로써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명백히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 일행이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했으며 같은달말 IAEA사찰단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지금까지 모두 여섯차례의 사찰이 실시됐다.
지금까지 실시된 사찰은 모두 임시사찰로 북한이 협정발효와 함께 IAEA에 제출한 최초신고서에 기재된 핵시설 및 핵물질 목록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이 거론되는 상황에까지 오게됐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있다. 핵안전협정상에 규정된 비밀주의 원칙 때문에 일절 밝힐 수 없다는 것이 IAEA측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일부 언론에 따르면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 양과 관계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0년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실험용으로 극소량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일부 보도내용에 비추어볼때 지금까지 실시된 IAEA의 사찰 결과,그동안 실제로 추출한 양이 북한이 밝힌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의심할만한 중대한 증거가 포착되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있다.
이와 관련,10일 빈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신고한 것과 사찰 결과가 서로 맞지 않으니 해명이 필요한 것이고,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특히 중대한 부분이라고 판단되니 특별사찰이 거론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이러한 추론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여러가지를 종합해 볼때 북한에 대한 사찰과정에서 원폭제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추출량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해명하기 위해 영변에 있는 핵폐기물 처리·저장용으로 보이는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청했으나 북한이 군사시설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함으로써 더욱 의혹이 증폭돼 특별사찰이 논의되는 상황에까지 가게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블릭스총장이 방문했을 당시 북한은 신고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도 IAEA가 원하면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있는 일부 시설에 대해 북한이 사찰단의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는 이유는 확실치 않다. 물론 공개해서는 안될 중요한 내용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클린턴행정부 출범과 관련,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떠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일부 관측도 있다.
특별사찰은 이사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사무총장이 결정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규정상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은 당사국이 수락하지 않으면 실시할 수 없다. 따라서 특별사찰을 위해서는 당사국의 태도가 결정적으로,만일 당사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사무총장은 이사회에 이 사실을 보고,추후대책을 논의하게 된다.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특별사찰 수용을 촉구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 IAEA는 유엔안보리에 이를 회부,안보리 결의에 의한 강제사찰을 결정할 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이러한 예는 없다.
IAEA의 한 소식통은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북한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지만 이 문제만을 위한 별도의 특별이사회가 그 전에 소집될 가능성도 있으며 그럴 경우 다음주가 이사회 소집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모든 것은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특별사찰을 북한측이 수락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거부할 경우 잠잠하던 북한 핵문제는 또 다시 국제사회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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