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우주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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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경문제를 다루는 미국 TV프로에 『지구라는 이름의 우주선』(Spaceship Earth)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제목만으로 프로의 주제를 기막히게 잘 드러내 보이는 표본이 아닐까 싶다.
환경문제처럼 전인류의 운명과 직결된 것이면서도 모두들 남의 일로 지나쳐버리는 문제도 드물다. 이 프로의 제목은 그런 방관자적 인식을 한마디 말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우리 모두가 같이 탄 우주선이라고.
수십억년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지구의 공기 한분자,물 한방울,티끌 하나 지구 밖으로 빠져나간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갖 쓰레기와 공해물질은 지구의 자연흡수력이 정화해주지 않으면 결국 인간 스스로 그 피해를 뒤집어 쓰게 되어있는 것이다. 우주선에는 탈출구도 없고 달리 갈곳도 없다. 이 엄격한 한계성에 공해문제의 절박성이 있다.
공해에 관한한 한반도도 역시 하나의 우주선이다. 이곳에서 생겨나는 공해중 자연이 흡수·정화하지 못하는 부분은 우리 스스로가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쓰레기를 줄이고 청정해역과 산하를 보호하는 일이 그만큼 절실하다.
내무부는 덕유산 정상까지 스키장을 설치토록 허가했다고 한다. 하남시는 남한산성에 고속도로를 내고 온갖 위락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겠다는 보도도 있다. 모두들 「개발」이란 미명아래 자연파괴에 나서고 있다. 불결하기 그지없다.
이런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면 대도시의 공해발생률은 점점 높아가고 이를 흡수·정화할 자연은 역으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낳은 하나의 역기능으로서 자연훼손형 지역 「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경향이다. 지난 한햇동안 두차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전국 곳곳에 의심스런 자연훼손과 「개발」이 크게 눈에 띄고있다. 그런데도 매스컴의 지적에 대한 행정당국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이런 추세를 되돌려야 한다. 그러자면 새정부가 단편적인 환경정책을 내놓기 전에 거시적인 환경문제 접근방향을 취임초기에 제시해야 할 것 같다.<장두성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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