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내고 덜 받는’ 연금제도 시행되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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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03면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노후에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신설한다.
연금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노후 연금액은 현행 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준다. 2009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 감소해 2028년에 40%가 된다.

월급 360만원 넘을 땐 월 연금액 81만원 73만원

기초노령연금은 노인 중 소득이 낮은 7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8만3600원)를 지급하는 제도다. 노인 중 소득이 높은 30%는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한다.
월소득이 360만원(보험료 32만4000원, 이 중 절반은 사업주가 부담)이 넘는 박씨의 국민연금을 보자. 월급이 이 금액을 넘으면 아무리 많아도 360만원으로 간주한다.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 144만 명이다.

박씨의 연금은 가입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1992년부터 32만원의 보험료를 내왔고 2012년까지 5년 더 낸다면 2013년부터 월 82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86만원을 받을 것인데 4만원 주는 것이다. 조금 줄어드는 이유는 제도 변경 전 15년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박씨가 97년부터 보험료를 내왔고 앞으로 10년 더 가입한 뒤 2018년 연금을 탄다면 73만원을 받는다. 이번에 법이 안 바뀌면 81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만약 박씨가 88년 가입했고 앞으로 10년 더 보험료를 낸다면 2018년부터 매달 123만원을, 97년 가입했고 앞으로 20년을 더 낸다면 2028년부터 102만원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노인은 300만 명이다. 70세 이상은 내년 1월에, 65~69세는 내년 7월부터 적용된다. 2009년에는 대상자가 50만 명 늘어 전체 노인의 70%가 받게 된다. 세금에서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식이 잘살거나 용돈을 많이 받아도 관계없다.

70%에 들려면 소득과 재산이 기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 기준은 올 연말에 정해진다. 부부가 같이 받으면 20%가 깎여 6만6800원씩 받는다. 2028년에는 기초노령연금액이 지금의 두 배로 올라간다.

이번 연금법 개정은 3년 반을 끌어온 것이다. 국회가 미적거리다 어정쩡한 선에서 봉합했다. 원래는 보험료를 올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추진했으나 국민 반발을 우려해 보험료(소득의 9%)는 그대로 두고 노후 연금액만을 20%포인트 깎았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길을 골랐다.

이렇게 되면 연금기금의 고갈 시기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 정도 늦춰진다. 당초 개혁안은 보험료도 같이 올려 2070년 후로 늦추자는 것이었다. 노후 연금액을 너무 깎는 바람에 가입자의 3분의 2가 최저생계비(43만원)도 안 되는 ‘용돈연금’을 받게 됐다.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돼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

기초노령연금 때문에 재정 부담이 커졌다. 당초 정부는 보험료를 제대로 못 내거나 소득이 별로 없는 저소득층 노인 40%를 대상자로 잡았으나 한나라당이 70%로 늘렸다. 도입 첫해인 내년에 2조3000억원이, 2028년에는 38조원이 필요하다. 차라리 대상자를 줄이고 금액은 늘리는 게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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