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엿한 학사로 대접해 줬으면…"|첫 독학 사 시험서 최연소합격 20세 김미경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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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만 스무 살의 나이에 대학을 졸업했다. 비록 대학캠퍼스는 거닐어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학력은 이제 당당한「대졸」. 8일 처음으로 합격자를 배출한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 종합시험에서 국어국문과에 지원, 가장 어린 나이로 합격한 김미경씨(20·서울 성내1동)는『이젠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며 앳된 얼굴에 웃음을 활짝 피웠다.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제도는 맹목적인 대학진학의 열기를 가라앉히고 개인적인 사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립교육평가 원이 90년에 도입한 제도. 지난 12월에 실시된 4단계 종합시험에 3천9백72명이 응시, 1백47명의 첫 독학 사들이 배출됐다. 합격자 대부분이 30대를 넘어선 만학도인 것에 반해 김씨는 이번 합격으로 대학에 진학한 또래보다 오히려 2년 정도 앞서 대학을 졸업한 셈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김씨는『독학 사 제도는 대학진학과 취업을 두고 조금은 갈팡질팡(?)했던 나의 고민을 말끔히 해소시켜 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털어놓았다.「반드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업학교(성덕여상)에 진학했던 그는 고교재학 때 뒤늦게 대입 준비도 해봤고 한편으론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던 것. 또 여상 졸업 후엔 약 2개월간 모 기업에서 경리로 근무하기도 했으나 대학진학의 꿈을 끝내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독학사 제도 신문공고는 그에게 대학에로의「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91년 7월 1단계(교양과정)부터 공부를 시작, 2단계(전공기초)·3단계(전공심화)과정을 차근차근 거쳐 4단계 종합시험까지 마쳤다. 중간에 한두 과목 낙제도 했지만 재시험으로 통과한 그는『열심히만 하면 1년 안에 대졸자격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도서관에서 공부했으며 시험이 다가 오면서 부턴 아예 이불을 싸 들고 도서관에 처박혀 밤을 지새운 열성파. 독학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학문의 범주·방법에 대한 불안함과 사고의 협소함은 3단계부터 중앙대 산업교육원 강좌에 참여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특히 중앙대 산업교육원에서 공부하면서 이번에 여성최고령으로 합격한 최중순씨(48·주부)를 비롯한 나이 많은 분들의 열성이 그에게 또 다른 힘이 됐다고. 1남2녀 중 맏이인 김씨는 앞으로 교육대학원을 마치고 국어교사가 되는 게 꿈. 김씨는 정 헛되게 대학생활을 하느니 시간을 절약했다는 자부심도 없지 않지만 과연 사회에서 독학 사를 차별하지 않고 제대로 인정해 줄까 염려스럽다』며『사회에서 독학사가 실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어 주어 이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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