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후보 부인 이희호여사(대선후보 내조24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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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드러운 DJ」만들기 한몫/목소리 조절·얼굴표정 등 날마다 조언/하루 20여회 각종 모임에서 연설/김 후보는 불쌍한 사람들 늘 생각/청와대 가면 공해·노인문제 신경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당선될거라고 생각했었지만,이번에는 정말 틀림없이 이길거라고 확신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라도 하느님께서 그분을 꼭 쓰시리라 믿어요.』
민주당 김대중후보 부인 이희호여사(70). 그러나 정작 자신이 대통령부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분이야 정치인이니까 정상을 겨냥할테지만,대통령부인이란 내게 매우 두려운 자리』라며 과연 그 무거운 책임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 안주인이 된다면 공해·청소년·노인·농촌여성 문제 등 생명과 관계된 일들을 다루겠다며 무릎위에 포개놓은 양손중 오른손으로 왼손가락들을 쉴새없이 만지작거린다.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남북자유왕래 등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며 『고된 시집살이를 한 시어머니일수록 심한 시어미 노릇을 하는 법이라며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화여전·서울대 사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카릿대에서 사회학 석사를 받은 이 여사는 대한YWCA총무·여성문제연구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활동 경력도 화려하다. 최근 여성계 지도자·야당정치인의 아내로서 써온 글을 묶은 『나의 사랑,나의 조국』이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요즘은 하루 평균 20회의 각종 모임에 참석해 직접연설을 하는 등 활발한 유세를 펼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정치문제에 유독 적극적인 그를 미국 대통령 당선자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여사와 비교하기도 하는 세평에 대해 『그이는 아주 유명한 변호사지만 나야 뭐…』라며 뒤로 물러선다.
이 여사는 자신도 김 후보에게 여성정책 등에 대해 여러모로 조언하지만 김 후보가 원래 여성의 지위향상에 관심이 많다고 자랑한다. 이는 최근 각 여성단체가 각 정당이 내놓은 여성정책중 민주당안이 「그중 낫다」는 평가를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은듯.
『그분은 TV를 보다가 「여자를 왜 저렇게 비하시키느냐」고 할만큼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 부부가 서로 존경하고 의견을 존중하며 살아온 것도 그 덕분일겁니다. 자신이 가톨릭신자라고 해서 감리교신자인 나에게 개종을 강요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들 부부는 자녀들의 의견도 최대한 존중해주는 편으로,세아들 모두 각자 선택한 배우자와 결혼했다고 밝힌다. 「하느님을 믿고 양심적으로 생활하라」「부자도 가난뱅이도 되지마라」고 가훈과 같이 강조할뿐,결코 부모의 뜻을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 민주당측이 열심히 부각시키려 애쓰는 김 후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 여사는 오래전부터 조언해왔다.
『TV에 모습이 자주 비춰지는 요즘은 말하는 사람의 인상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꽤 오래전부터 목소리 톤을 낮추고 많이 웃으라고 해왔어요. 더구나 마이크에 대고 악을 쓰면 현장에서도 잘 들리지 않거든요. 빨리 말하면 사투리도 튀어나오니까 국회연설때도 천천히 말하도록 신신당부 했지요.』
김 후보의 양복이나 넥타이는 가급적 자신이 골라주고,특히 시골어른들과 악수할 때는 두손으로 공손히 잡아 친밀감을 주도록 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고 한다.
『사실 그분은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자 늘 애쓰는 따듯한 사람입니다. 원래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무슨 얘기가 나오든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얘기를 많이 하는게 흠이라면 흠이지요.』 김 후보가 「알고보면 매우 따듯하고 부드러운 사람」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 여사 자신도 「말조차 붙이기 힘들다」「쌀쌀해 보인다」는 세간의 인상평과는 달리 마음이 부드럽고 여린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큼직한 장미브로치 장식이 달린 검정색 빌로도 투피스에 빨간 블라우스를 받쳐입는 등 나이에 비해 매우 화사하고 산뜻한 차림으로 유세에 나서고 있는 것도 김 후보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의상연출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푹 쉬어야 TV화면에 잘 비춰진다는데 요즘은 하루에 4시간쯤 밖에 못잡니다. 그분이 즐기던 찰떡이며 미역국도 못들고 토마토주스 정도로 요기한뒤 아침 7시쯤 집을 나서면 나도 별도의 유세를 시작하니까요. 지구당을 돌며 당원들에게 수고한다는 인사를 하고,민주여성대학·간증집회 등 그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들을 찾아다녀야 하니까 좀처럼 쉴새가 없어요.』 이런 강행군까지는 견딜만한데,김 후보가 엄청난 재산을 가졌고,양복도 90벌이 넘는다는 등의 엉뚱한 보도나 헛소문(사실 재산은 얼마 안되고 양복도 20여벌 밖에 안된다고 해명)이 무엇보다 괴롭다고 하소연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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