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부서 「알맹이」 감춘듯/「블랙박스」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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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측 자료 공개전 제시 꺼려/주러시아 한국대사관측 밝혀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전달한 KAL 007기 블랙박스에 핵심자료인 항적기록테이프(DFDR)가 누락된 것과 관련,홍순영 주러시아대사는 28일 러시아측,특히 옐친대통령측의 의도된 행동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관계기사 18면>
익명을 요구한 한 러시아 외무부 당국자는 이날 아직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히고 KAL 007기 관련문제는 현재 대통령실이 전담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는 국방부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국대사관측은 옐친대통령이 지난번 모스크바를 방문한 장상현 교통부차관에게 항적도를 전달한 사실로 보아 아직 미국측 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측 자료를 무작정 공개하는데 반대하는 러시아 군부가 고의로 누락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한 러시아 언론인은 옐친대통령이 시종일관 KAL기 격추사건 진상 규명을 회피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러시아가 보유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천명해 왔음을 상기시키고 옐친대통령이 블랙박스를 처음 보았을 때 열려진 채였다고 말한 것을 지적,항적기록 테이프가 러시아대통령실에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측 전문가들은 ▲옐친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KAL기 사건 종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측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고 강조하고 관련 당사국 모두가 참여하는 전문가위원회 구성을 제의한 사실 ▲이즈베스티야지가 최근 러시아측은 모든 자료를 내놓았으니 미국 등도 그들이 보유한 자료를 모두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사실 등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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