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거셀 미 통상압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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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의 소비절약운동을 불공정한 처사라고 비판해 왔던게 미국이었다.
중소기업에 특별지원을 하는 것도,또는 농민들에 대한 각종 소득보상정책도 공정치 못한 일이라고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다. 미국은 또 사회적응능력 향상과 산업체 인력부족해소를 위해 정부가 시행중인 재소자 산업현장투입 시책마저 인권을 침해한다느니,저임금으로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수단이라느니 하는 고압적 주장을 펴고 있다. 양국 무역 및 서비스거래에서 미국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대한 「불공정한 처사」의 시정요구는 그야말로 내정간섭이라 할 만큼 우리들의 경제활동에 더 많은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행정기구 개편위원회는 클린턴 대통령당선자에게 보낸 비망록에서 대외통상협상의 창구인 미 무역대표부의 권능을 강화해 외국과의 교섭권을 이 기구에 집중시키도록 건의했다. 또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제문제위원회 등을 신설함으로써 주요 경제정책을 백악관 등 정부의 핵심부에서 직접 개입,주도할 뜻을 밝히고 있다.
미 행정부의 통상위주 개편안은 클린턴의 대외정책이 경제국수주의 쪽으로 다듬어질 우려가 있다는 주요 무역국가들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의 집권후 나타날 통상마찰과 대외교섭 스타일은 유럽공동체나 일본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레이건이나 부시대통령의 경우보다 훨신 거칠고 압박감도 커질 것 같다. 미국의 열려진 시장만큼 각국의 국내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을 차별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다. 미국산 쌀을 팔기 위해 한국인에게 왜 싼 쌀을 먹도로 하지 않느냐,미국 쇠고기도 더 수입해라 하는 걱정까지 해줄 판이다.
미국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한쪽에만 치우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이 지정하는 무역상의 특혜제도를 졸업했으며,무역·외환·자본자유화 정책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해외투자와 경제협력도 늘려가고 있다. 이같은 위상변화속에서 우리의 경제정책은 자유무역주의를 견지하는 전문가집단에 의해 수행돼야 하며 변화에 상응한 기구개편으로 교섭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부조직이 때로 영역확대나 위인설관식의 개편이어서 대외변화에 즉응할 수 있는 조직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앞으로 각급 국가정보기관도 경제·기술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주요업무의 하나로 삼지 않고서는 대외통상업무에서 계속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자유무역의 규율을 지키되 우리의 경쟁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사고로부터 벗어나서 우리의 논리를 개발하고 필요한 관련정책을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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