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BDA 자금, 러 중앙은행 송금 준비 끝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 당국자는 13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이 러시아 은행으로 송금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BDA 북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러 등 관련 국가들이 해야 할 노력은 다했다"며 "이제 북한이 자금을 인출하기 위해 송금 요구서를 제출하는 일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BDA의 북한 자금 송금안은 BDA→마카오 금융당국→뉴욕연방준비은행→러시아 중앙은행→러시아 극동상업은행 내 북한 계좌로 짜여 있다. BDA 자금이 중앙은행인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으로 송금되려면 같은 중앙은행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마카오 금융 당국이 끼어들게 됐다. BDA의 북한 계좌는 52개에 달한다. 북한은 미국 요청에 따라 BDA의 모든 계좌를 조선무역은행 계좌 하나로 통합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내에선 일단 북한이 송금 요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회성의 국가 간 거래 방식으로 송금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를 정말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등을 통해 "미국의 BDA 문제 해법이 국제금융체제에 따른 북한의 정상적 은행 거래를 담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BDA 문제가 최종 해결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특정 시점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북한에 수해 구호물자로 지원하다 남은 쌀 1만500t을 곧 북한에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옥수수 5만t과 식용유.분유 각 1000t도 지원키로 했다. BDA 문제가 가닥이 잡히자 정부가 인도적 차원이란 명목으로 대북 지원을 재개하려는 것이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