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약관 규제/법률 개정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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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정 「권고」를 「명령」으로 기획원/자유계약에 공권력 남용 타부처
경제기획원이 중심이 돼 소비자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타부처·업계 등에서 위헌소지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해 논란을 빚고있다.
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경제장관 회의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에 대해 시정권고가 아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약관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법률개정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약관심사위원회가 소비자 약관의유·무효판정만을 내린뒤 시정을 권고토록 하는 현행 법규 정도로는 소비자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법적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관시정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힘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재무부 등과 관련업계에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 주체가 자유롭게 맺은 계약에 대해 법률상 화해에 해당하는 시정권고는 몰라도 계약내용을 고치라는 시정명령까지 내리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공권력 남용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무부는 특정부처의 장관이 인가한 「행정약관」에 대해선 같은 행정부처 내의 타부처인 경제기획원장관이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고 법무부도 시행취지는 좋지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무부 법제심의관실의 한 관계자는 『시정명령에는 권고와 달리 형사처벌이 수반되는데다 광범위하게 시정명령권을 인정할 경우 사적인 거래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기업과 대등한 계약 주체가 되기 어려운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약관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법해석에 탄력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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