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신기종이 더 싸 “혼란”/미사 CPU 가격인하 영향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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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86급 1백만원대 덤핑 성행
국내 컴퓨터시장의 가격폭락이 거듭되면서 소비자들도 상품선택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처리속도가 빠르고 기억량이 많을수록 좋은 컴퓨터로 꼽히는데 요즘에는 한회사 제품들끼리도 「느린 것이 더 비싼」경우가 많아 컴퓨터를 고르는 소비자들을 어리둥절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새로 나온 486SX급 신제품이 1백70만원대인데 비해 그 보다 한단계 낮은 등급의 386DX급은 최저 1백91만원에서 최고 2백37만원,이 보다 한단계 더 낮은 386SX급의 가격도 최저 1백54만원에서 최고 2백27만7천원이어서 「느린 것이 비싼」가격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성사나 삼보컴퓨터 등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금성사는 3백84만원인 386DX제품보다 훨씬 싼 2백50만원대의 486SX급 신제품을 내놓았으며,삼보컴퓨터도 2백50만원 수준인 386DX 기종보다 낮은 가격으로 곧 486SX급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가격표 참조>
이같은 가격혼란은 지난 7월 컴퓨터의 핵심인 CPU(중앙연산처리장치)의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인텔사가 486급 CPU가격을 무려 59% 낮추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기존제품의 3분의 1 가격인 98만원대의 386DX급 컴퓨터를 내놓은 중소컴퓨터 업체인 뉴텍사와 1백48만원대의 486SX급 신제품을 내놓은 상운이 가격인하 경쟁의 불을 붙였고 대기업들도 시장방어를 위해 최근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컴퓨터업계는 486SX급보다 비싼 386DX급 컴퓨터를 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국내에서도 외국처럼 386급 시장은 건너뛰고 486급 시장으로 곧장 넘어가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또 최근에는 486SX급보다 한단계 높은 486DX급 컴퓨터가 더 낮은 가격대인 1백20만원선에서 곧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여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결국 이런 가격 왜곡 현상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싼값에 더 좋은 컴퓨터를 살 수 있게 됐다.
또 이를 계기로 컴퓨터산업 자체도 엄청난 질적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즉 지금까지 더 빠른 속도의 하드웨어 개발이 업계의 숙제였다면 486급 컴퓨터가 1백만원대에 개인용으로 보급되는 이상 앞으로는 처리속도보다 노트북 컴퓨터 등 소형화·집적화 쪽으로 개발의 중요성이 옮아갈 전망이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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