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안열고 「몫」 챙기기/최훈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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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민주당대표의 즉각 국회정상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왜 원구성도 못하는가 라고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국민이 그 까닭을 알게되면 민자·민주·국민 3당의 끝간데 모르는 욕심과 무책임성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국회상임위원장 배정을 둘러싼 몫챙기기 다툼 때문이다. 물론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탈당에 따라 각 정당이 전열 및 전략의 정비를 위해 시간을 벌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신종 4사5입논쟁」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는 상임위원장몫 문제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상임위원장 17명을 민자당은 민자 10,민주 5,국민 2로 나누자고 제시하고 있다. 민주·국민당은 9대 6대 2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김용태민자당총무는 『국회정상화 지연은 민주당의 무리한 욕심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철민주당총무는 『민자 9.47,민주 5.68,국민 1.83의 의석비율로 볼때 민자 9,민주 6,국민 2명씩으로 배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민자당의 주장은 「신종 4사5입」,이를테면 「6사4입」이라는 새로운 산출법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민자당측은 『투표를 하면 독식도 가능한데 무슨 양보냐』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합당한 민자당은 총선민의에 따라 다수당도 아닌데 시혜를 베푸는 척 말고 선례에 따르라』고 반격,서로 한발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부질없는 「1석다툼」일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도 이들은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리고 있다.
이 문제는 결국 9·18선언을 구체화하는 국가대사의 논의가 중심과제여야할 28일의 3당 영수회담에 넘겨졌다.
국회장기공전으로 국정이 표류하고 있고 민생정책지연으로 국회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다는 것을 정치인들만 모를 리가 없다. 모든 것을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1석」의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1석」 다툼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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