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선거법 위반 가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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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중립 의무 위반' 탄핵 때보다 더 큰 논란

2일 서울교육문화회관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초청 특강에 나간 노무현(사진) 대통령의 발언이 17대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어긴 혐의로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17대 총선 시즌인 2004년 3월에도 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탄핵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그는 포럼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 보니 좀 끔찍하다"며 "그 당 후보들의 공약을 보더라도 창조적 전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선 "대운하도 민자(民資)로 한다고 하는데 어디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 민자 투자하겠느냐"고 했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선 "해외 신문에 한국의 지도자가 다시 독재자의 딸이라고 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저도 (토론)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하게 돼 있으니까 단념한다"고도 했다.

그는 네 시간 동안 연설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를 비롯해 범여권의 일부 대선 주자를 비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의 2004년 당시 문제 발언은 TV 생중계에서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포럼 발언은 양적으로나 강도 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더 많다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중론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3일 "대통령의 연설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한 반론의 연장선에 있는 정책 토론이기 때문에 선거법 차원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6만여 자에 달하는 발언 전문을 살펴보면 단순한 정책 반론권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 같다는 견해가 많다.

고려대 장영수(법학) 교수는 "대통령이 일반적인 정책 견해를 얘기한 게 아니라 대선 결과를 염두에 두고 발언을 했기 때문에 선거 중립 침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 홍성방(법학) 교수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끔찍할 것' 등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을 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친노 직계 그룹을 제외한 범여권 모든 정파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중앙선관위 안효수 공보과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발언록을 확보해 연설 당시 참석자, 후보 특정 여부,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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