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현금서비스 왜 중단됐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외환카드가 23일 이틀째 현금서비스를 중단했다. 외환카드가 이처럼 현금서비스를 중단한 가장 큰 원인으로 노사 갈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달 외환카드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외환은행은 카드사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외환카드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명분은 임금.단체협상 결렬이지만 실제론 합병 때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외환카드 노조는 특히 다음달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조의 반발로 합병 작업이 지연되자 외환은행 측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현금서비스 중단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외환카드는 이미 독자적으로 현금서비스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외환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은행 측에서 돌연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지난 20일 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자회사 신용공여 한도(3천5백억원)가 꽉 차 외환카드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외환은행 합병준비단이 합병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카드의 자금 부족에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환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외환카드가 지난 22일 콜시장에서 5백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밝혀져 자금 여유가 있는데도 현금서비스를 중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카드 노조도 "지난달 외환은행이 당시 외환카드의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와 지분인수 협상을 할 때도 압박용으로 3일간 일부 고객에 대한 현금서비스를 중단하다가 지분인수가 결정되던 날 바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외환카드 노조가 파업을 풀고 합병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면 자금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외환은행의 입장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외환은행 및 외환카드 노사가 7백50만 회원을 볼모로 '기(氣)'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 외환은행 주가는 외환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 여파로 이틀 연속 하락했다. 외환카드도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 소폭 하락했다. 23일 거래소에서 외환은행은 2.09% 떨어진 6천1백원으로 마감했으며, 외환카드는 1.25% 내린 3천1백5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창규.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