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태산 사육농가 "감염 경로도 모른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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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 충청권은 물론이고 영남과 호남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전국 닭.오리 사육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농가는 평소보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주민들은 예방접종을 하는 등 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감염경로조차 확인되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충북 음성에 이어 조류독감 감염이 최종 확인된 충남 천안시 북면 운용리와 직산읍 판정리 일대 주민들은 21일 하루종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운용리 이장 진선화(67)씨는 "하늘 아래 가장 편안한 마을(天安)에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수십년간 재해 한번 없던 마을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조류독감 판명으로 오리 8천8백여마리를 잃게 된 직산읍 판정리 朴모(57)씨는 "3년 전 논을 팔고 은행빚 2억여원을 빌려 농장을 시작해 지금까지 고생만 하다가 올해부터 먹고살 만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면사무소는 일요일인데도 조류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위한 50여명의 주민들로 아침부터 북적댔다.

최근 일주일 사이 1천여마리의 오리가 떼죽음을 당한 전남 나주시 산포면의 오리농장 주인 閔모(58)씨는 "소비 부진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오리가 떼죽음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보상금이나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閔씨 농장 인근에서 1만2천여마리의 오리를 키우고 있는 朴모(44)씨는 "기르는 오리 출하일을 앞둔 상태여서 살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일주일에 한번 하던 소독을 요즘엔 하루 한번꼴로 한다"고 전했다.

충북 음성군은 대소면 농장 두곳이 감염된 것으로 추가 확인됨에 따라 최초 발생 농장에서 10㎞ 이내 모든 오리농장에서 키우는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 및 매립작업에 나섰다.

음성군은 이날 군부대 병력 등 2백60여명과 덤프트럭.굴착기 등을 투입해 모두 6만5천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했으며, 농민들은 생매장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대소면 삼정리 최모(48)씨는 "보상이 두달 뒤에나 이뤄진다고 해 앞으로 서너달간 생계가 걱정"이라며 "막노동판이라도 나가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음성.나주.천안=안남영.천창환.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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