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아직도 반말·불친절/경찰 자,이제는… 운동 보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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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손」표어 붙여놓고도 “옛버릇” 못버려/서울 동대문서는 「대민친절」실천 확산
전국 15만 경찰이 친절봉사의 「자,이제는…」운동에 나선지 보름,일선경찰관서마다 거듭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 옛버릇이 여전하다. 반말·불친절·윽박지르기조사 등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란 역시 쉽지 않은 과제일까.
「민중의 지팡이」가 되려고 애쓰지만 아직도 더 많은 반성과 노력이 필요한 경찰관서 일선 현장을 점검한다.
◇구태=18일 오전 1시 서울 서대문경찰서 형사계. 「전화응답은 친절하게,찾아오는 민원인에게는 일어나서 공손하게,피의자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사무실 한쪽에서 폭력혐의로 입건된 박모씨(56·부동산중개업·서울 대현동)가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대질신문을 받고 있다. 『이름이 뭐예요』로 시작된 경어질문은 어느새 『때렸잖아』식의 반말로 변하고 피의자가 혐의사실을 부인할 때 으레 『무슨 소리 하는거야』라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목격자로 불려온 피의자 가족들의 참고인 조사는 숫제 처음부터 『거짓말 하지마』식의 반말투로 이어졌다.
17일 오후 4시쯤 서울 종암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입구.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비닐봉지에 음료수를 싸들고 사무실로 들어가려하자 당직형사는 『어이,어디가』라며 철문으로 된 형사계 입구를 막았다. 『면회왔는데요』라는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의 답변에 그 형사는 『나중에 와』하며 거칠게 몰아냈다.
가족 면회왔다고만 자신을 밝힌 이 여성은 『최소한의 예절이 무시되는 이곳은 다시 올데가 못되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다짐=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7일부터 민원실 등에 다짐판을 걸어놓는 한편 전 직원이 「대민친절」이라고 쓰인 지름 3.5㎝의 표찰을 가슴에 달고 근무를 시작했다.
동대문서는 일단 6백개의 표찰을 만들어 형사·정보·보안계 등 외근직원 1백40명을 제외한 파출소 등 전직원에게 달게해 권위주의시대의 고압적 자세를 벗고 친절한 민주경찰상을 국민들에게 심도록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민들과 가장 접촉이 잦은 방범대원·교통의경에게도 이 표찰을 배포했다.
동대문서는 또 가로 1m·세로 50㎝의 다짐판을 민원실 등에 걸어놨다.
「웃으며 친절하게」라는 제목의 이 판은 「오신 손님 일어서서 맞이합시다,반말을 쓰지 맙시다,민원은 즉석에서 시원하게,정직하고 겸허하게 봉사합시다」 등 4개의 행동강령을 담고 있다.
이날 「대민친절」표찰을 달고 근무한 민원실 교통담당 김인배경장(46)은 『예전에는 일이 잔뜩 밀리는데 민원인이 닥쳤을땐 다소 불친절하게 대할 때도 있었다』면서 『막상 이 표찰을 가슴에 달고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져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고 보다 친절하게 민원인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오영환·한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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