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고기 '금값'… 지난해 2배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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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에서 돼지고기 값이 금값이 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3일 "공급 감소로 인해 대다수 도시에서 돼지고기 값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의 돼지고기 값은 지난달 이후 20% 이상 급등했다. 5월 들어서만 14차례나 값이 올랐다.

도매가 기준으로 지난해 ㎏당 7.5위안(약 900원) 하던 돼지고기 값이 현재는 15.7위안으로 뛰어올랐다. 무려 109%나 오른 가격이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경우 ㎏당 21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쇠고기와 양고기 등 다른 육류도 올해 들어 50% 이상 값이 올랐다. 중국 중앙방송국(CCTV)은 23일 "상무부가 육류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육 방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고기 값이 폭등한 가장 큰 원인은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 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 곡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값은 지난해 말보다 55%나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곡물회사인 웨스턴 밀링의 조엘 칼린 마케팅 담당 임원은 "육류 가격에서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라며 "사료가 비싸지면 육류 값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사료용 옥수수 값이 크게 오른 것은 자동차용 청정 대체 에너지인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옥수수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국곡물협회는 "옥수수의 주요 산지인 동북 3성에서 지난해 생산된 옥수수 가운데 30% 가량이 에탄올 생산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미주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유제품.피자 값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영국유제품협회는 최근 "4월분 영국 내 우유 값이 전년 동기 대비 15%나 오른 갤런당 2.3파운드(ℓ당 약 1136원)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농업부도 최근 "4월치 우유 값이 2.9%가 오른 갤런당 3.32달러(약 830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농무부의 유제품 전문가인 래리 샐러스는 최근 중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우유 값 강세는 앞으로 적어도 몇 달, 길게는 1~2년 동안 지속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유 값과 치즈 값이 오르면서 이를 원료로 초콜릿.피자를 생산하는 업체도 고전하고 있다.

미국 도미노 피자의 데이비드 브랜던 사장은 2일 "피자 가격에서 치즈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라며 "치즈 값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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