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푸는 계기 되길(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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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16일 북한의 김달현부총리가 수행원 9명과 함께 19일부터 7일간 서울 등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핵사찰과 이산가족 문제로 남북간의 경색분위기가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북한 고위당국자의 서울 나들이는 비록 우리의 산업시설 시찰 및 정부 경제관료,기업 경영인들과의 의견교환에 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매우 뜻박의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북측의 서울 방문이 남북 상호 핵사찰 규정 마련과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이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돌파구 역할을 할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북측의 서울 방문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한국정부를 공식창구로하여 북한경제 정책에 책임있는 당국자가 나서 공개적인 방법으로 경제교류 문제를 협의하고자 하는 입장의 전환을 나타낸 것이란 점에서 양측의 관계개선을 위해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북측 김달현부총리의 남한 방문에 이어 다시 우리측의 최각규부총리 및 민간경제 사절단의 북한 방문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돌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한 남북간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긍정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경제분야에서 취하고 있는 일련의 유화적인 제스처나 교류는 무수히 누적된 정치·군사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남북한간 물자 반출입의 급증으로 남한은 이미 북한의 4대 교역국으로 부상했음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는 북측의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남한 방문에서 고임금과 지가상승,국민소득 수준의 향상 등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산업구조 조정과정과 함께 기술과 자본의 현황 등 경제실정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양측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판단해주길 바란다. 한쪽의 우월성을 강조해서 다른 쪽의 경제를 잡식할지 모른다는 소극적이고 우려깊은 경협보다는 모두에게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어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남한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북한 이전과 북에서 크게 부족한 사회간접시설,에너지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프로젝트를 계획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경제체제를 다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남북한의 경제교류 단계가 지금까지의 간접교역 위주에서 직교역과 자본 및 기술의 동시투자가 진행되는 단계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상호 경제 정책에 신뢰가 앞서야 하며,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투자자본의 회수에 대한 보장 등 관련법과 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우선해야 한다.
특히 남한은 자본의 일방적인 북한 진출에 따른 북한의 우려와 남측 자신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국제경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북측도 핵개발 문제 등 우리쪽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 있는 장애요인을 적극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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