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김싸움에 문 못여는 국회/「장선거」싸고 양보없는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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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YS “연내 불가” DJ “안되면 대선거부”/서로 “상대 잘안다” 동상이몽속 낙관론만
자치단체장 선거문제 때문에 30일 회기중 18일을 허송한 개원국회는 여야 모두 뚜렷한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회기내 정상화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상대방의 「굴복」만을 기다리는 배경에는 지피지기 관계인 두 김씨의 오기내지는 기세대결이 작용하고 있다.
○…민자당의 김영삼대표는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도 「연내 단체장선거 불가」라는 원칙에는 조금의 양보기색도 없다.
김 대표의 낙관론은 막후교섭이나 현실적인 여야의견접근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닌 것 같다. 수십년 정치생활끝에 오는 「감」과 「김대중다루기」에 대한 YS특유의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3일 총무단과의 조찬에서 김 대표는 『국민 여론이 국회를 열라는 것』이라며 김대중민주당대표가 여론에 「굴복」할 것을 장담했고,15일 지구당협의회 총무연수회에서는 『김달현 북한부총리도 서울에 오는데 야당이 국회에 안들어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대표가 사석에서 펴는 낙관론의 근거는 『여야 모두 국회의원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한다』『야당의원들도 내심 영향력 감소를 우려해 단체장선거에 소극적이다』『김대중대표는 대중정치인이기 때문에 여론의 압력을 견디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 등이다.
특히 김대중대표가 「뉴DJ론」을 내세우며 온건·합리이미지 부각에 진력해온 점을 김영삼대표는 비중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김 대표는 정보사땅 사기사건과 관련,국정조사권 발동까지 공언하면서 『이렇게 하는데도 민주당이 안들어올 수 있느냐』고 김대중대표를 밀어붙이는 인상마저 준다. 민자당이 국민당과의 2자 국회운영을 썩 내켜하지 않는 것도 민주당을 여론의 벼랑끝으로 몰아붙이려는 정략의 일환이다. 민주당을 배제시킨채 국회를 열어봐야 별 이득이 없고 오히려 김대중대표에게 저항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는 뜻이다. 국회가 민주당의 불참으로 열리지 않게 되면 책임이 김대중대표에게 쏟아지든가,아니면 적어도 양비론으로 이어져 손해볼게 없다는 계산이다. 다시말해 김 대표는 여론에 민감한 대중정치인의 정서를 갖고있는 김대중대표가 정보사땅 사기사건·남북관계 등 현안이 산적한 현실에서 국회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여론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김영삼대표의 이같은 속셈을 훤히 꿰뚫고 『이번에는 어림없는 오산임을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자세다. 김 대표는 김영삼씨의 거듭된 낙관론에 부아가 난듯 14일 『그 양반이 착각해도 보통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최근 『단체장선거가 연내에 실시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중대한 결심을 하지않을 수 없다』며 『민자당은 우리의 의지와 결정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일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 주변에서는 「중대결심」이 대선보이콧도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13일 각계인사 초청모임에서 『대통령선거를 못하면 못했지 단체장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는가 하면 단체장선거 없이 대선에 참여하는 것은 김영삼씨의 대통령당선에 「부역」하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참여하지 않는 김영삼·정주영·박찬종 세 후보만의 대선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이래도 김영삼대표 당신이 단체장선거를 실시하지 않겠느냐』는 투로 윽박지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까지는 노태우대통령을 집중 비판했으나 7월들어서는 표적을 김영삼대표에게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국회정상화는 민자당과 김영삼대표가 가로막고 있다』며 김영삼씨를 계속 밀어붙이면 결국 굴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또 국회공전은 자신에 대한 국민의 비난도 있겠지만 김영삼대표에게도 화살이 쏠릴 것이며 더욱 김영삼씨가 8월 임시국회나 정기국회에서 지자제법안을 날치기처리라도 하면 지금까지의 양비론은 씻은듯 사라지고 비난의 초점이 김영삼씨에게 쏠려 대선에 중요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누구보다 상대방을 잘 아는 두 김씨는 이처럼 동상이몽의 낙관속에 국정보다는 각기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환경조성을 위한 오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박병석·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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