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식히는 고 미술전"바람"|서화·부채화·문구전등 볼거리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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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덥고 침체된 여름 화랑가에 다양한 고 미술품 기획전이 잇따라 마련돼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조선시대 16세기이후 근대까지의 명화들을 처음 공개하는「조선시대 회화 전」이15∼25일 대림화랑(733-3738)에서 열리며 비슷한 시대의 그림·글씨 소품들을 한자리에 모은「학고재 여름미술관」이 23일부터 8월31일까지 학고재 화랑(739-4937)에서 마련된다.
또 이 같은 고서화전 외에도 조선시대의 문패류를 한데 모은「조선조 문구류 전-다시 보는 조상의 멋」이 25일까지 묵화랑(강3980)에서, 소림 조석진 등 소위「한국화 10대가」들의 부채그림만을 모아 선보이는「10대작가 부채명화 전」이 16일까지 아주 화랑(733-7594)에서 열리고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조선시대 회화 전」에는 16세기 왕실출신 화가 허주 이징의 4폭 회화『자웅상화도』로부터19세기말 해강 김규진의『장생오우도』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후기 3백여 년 간에 걸친 대표적 화가 30여명의 작품1백여 점이 시대별로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그동안 소장 가30여명이 비장해온 작품들로 대부분 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것이다. 따라서 출품작 모두 비매품들이다.
주요 작가들은 이징·김규진 외에 윤두서·겸재 정선·심사정·최북·단원 김홍도·신위·조희룡·장승업 등 당대를 풍미했던 명서 화가들이다. 출품작가운데 이함의『쌍취도』, 정선의『삼일호도』, 최북의『하산연우도』, 김홍도의『영정첩』등은 눈에 띄는 작품들이다.
출품작들은 미술사가 안휘준(서울대교수)·허영환(성신여대교수)씨의 고증을 거져 선정된 작품들로 조선시대의 회화 사를 시대별로 고찰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림화랑은 이 전시회와 함께 출품작 화보·도판해설(미술사가 홍선표)·연보 등이 수록된 대형 화집을 발간한다. 특히 14세기이후 근대까지의 작가·작품을 총 정리한 연보는 조선시대 회화 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고재 여름미술관」전은 「소담한 옛 그림, 품위 있는 옛 글씨」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조 후기 유명 서화가들의 서화작품과 민화·탁본 등 1백50여 점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 전시회는 특히 여름방학을 이용한 가족 관람객들을 위해 서예작품을 주로 석촌 윤용구의『동가강습편』,백당 현채의『인생론』등 교육적 내용의 작품으로 꾸미고 작품마다 해설을 덧붙인다.
출품작들은 고서화의 대중화를 위해 대부분 50만∼3백 만원 정도의 소품들로 꾸몄다. 출품작 가운데 추계 이황·율곡 이이의 서간, 작가 미상의 민화『남산서호』,심사정의 회화『죽석도』등은 보기 드문 명작들이다.
또 이린상의『사인암찬』, 추사 김정희의『시경』등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김석문 탁본들은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서화전과 함께 열리고 있는 「다시 보는 조상의 멋」에는 조선시대의 책장·경상·붓 통·벼루 등 서화와 관련된 문구류들이 전시돼 옛 선비들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10대작가부채 명화 전」에는 소림 조석진·소정 변관식·의재 허백련·청전 이상범 등 근대 10대 한국화가의 부채그림50여 점이 한데 모여「소중견대」의 정취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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